경유 가격이 2008년 6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전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사태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석유 제품 수급난 때문이다.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947.59원으로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 1946.11원보다 1.48원 더 높았다.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2.32원 올랐지만, 경유 가격은 하루 만에 6.13원이 오르면서 가격이 역전됐다. 통상 경유 가격은 휘발유보다 L당 200원 정도 쌌다.

경유 가격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다. 미국은 지난 3월 러시아 제재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금수 조치를 발표했고, 유럽도 동참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자재의 비우호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경유 수입의 6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 재고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이달 1일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 조치도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 원인 중 하나다. 정부는 이달부터 유류세를 30% 정률로 인하했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약 247원, 경유에 붙는 세금은 약 174원 줄었다.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가 경유보다 73원 더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