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 부품을 생산하는 전남 소재 한 중소기업은 최근 공장 가동률이 70% 선으로 떨어졌다. 황동·스테인리스 같은 비철금속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수급 차질을 빚으면서 공장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예년 90%대던 가동률이 곤두박칠치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15%가량 급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와 원자재 값 폭등 등 계속되는 대내외 악재로 중소기업 가동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특히 매출 120억원 이하 중소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2월 67.6%로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소기업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가동률 70%대를 유지했지만 그해 10월 70.8%를 끝으로 28개월째 60%대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제조업 적정가동률(최대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 비율)은 통상 80%인데 가동률이 70% 이하면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전체 가동률도 2022년 2월 현재 71.3%에 그친다.

대·중견기업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경제 모세혈관이라 불리는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매출 120억원 이하 중소기업은 우리 전체 제조업 기업 수의 79.6%, 종사자의 35.6%를 차지하며 제조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국가산업단지의 평균 가동률에서도 드러난다. 올 1월 전국 주요 국가산단의 평균 가동률은 82.3%로 코로나 이전(78.9%·2019년 1월) 수준을 회복했지만 50인 미만 기업의 가동률은 평균 68.3%에 그쳤다. 300인 이상 대기업이 87.7%인 점을 감안하면 20%포인트 가까운 격차가 있다.

중소기업계는 “원·부자재 값이 오르면 대기업 납품 단가에 이를 반영하는 ‘납품 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생산단가는 날로 뛰는데 납품 단가는 그대로인 상황이 지속되면 자금력이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