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018년 1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쇄빙 LNG 운반선 야말5호에 탑승해 박두선(맨 왼쪽) 사장(당시 상무)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 사장은 이후 4년 만에 상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에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가 선임되면서 기업에서도 정권 말 ‘알박기 인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초부터 초고속 승진을 하더니 결국 대표이사까지 됐다”며 “그동안 대통령 동생과 인연이 승진 배경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구설이 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이사회를 열고 박두선 조선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우조선은 부실경영으로 10조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분 55.7%를 갖고 있다. 수차례 민영화가 추진됐지만 무산됐고, 가장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추진했지만 EU(유럽연합) 경쟁 당국이 독과점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박 신임 대표 선임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신규 경영진이 대우조선의 경쟁력 제고와 근본적 정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회사 매각해야 되는데 현장 출신 CEO라니”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반응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우조선의 최우선 목표는 매각과 경영 정상화인데 조선업 현장에서만 일해온 박 사장이 이를 처리할 전문성을 갖췄느냐는 것이다. 박 사장은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프로젝트운영담당 상무,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특수선사업본부장 전무 등 선박 생산관리 분야에서만 일해왔다.

실제로 본지가 2002년부터 대우조선 사장·부사장으로 일한 28명을 모두 조사해보니 내부 승진자는 대부분 지원본부장·사업본부장·기술본부장과 같은 핵심 경영 부서 출신이었다. 선박 생산 현장 출신은 박 사장이 유일했다.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들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STX부사장처럼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임원들이었다. 한 조선업계 임원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우조선 사장은 영업·재무 능력을 겸비한 인사가 줄곧 맡아왔다”면서 “지난 1월 현대중공업과 합병이 무산돼 생존을 위해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선박 생산 현장 출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또 전·현직 사장·부사장 28명의 출신 대학을 보면 서울대 16명, 연·고대 4명, 서울 소재 대학(성균관대·홍익대·한국외대) 3명, 부산대 3명, 울산대 1명이었고, 한국해양대 출신은 박 사장이 유일하다. 박 사장은 문 대통령의 동생인 문재익씨와 한국해양대 동기 동창이다. 정치권과 금융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신임 경영진 인선 유보를 요청했지만 산은은 박 사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 출범 직후 취임한 이동걸 산은 회장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 박 사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벼락 승진

박 사장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 3일 새해 첫 산업 현장 방문으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는데 당시 상무였던 박 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쇄빙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서 사업 현황을 브리핑했다. 당시 조선업계에서는 “대통령 행사에 사장·부사장·전무도 아닌 상무가 브리핑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 사장은 대통령 방문 두 달 뒤 전무가 됐고, 2019년 9월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승진 당시 박 사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 동생과 학창 시절 동기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승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졸업 후 문 대통령 동생과 만난 것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박 사장 내정 철회를 촉구하며 “박 사장은 문 대통령의 동생 문재익씨와 한국해양대 해사학부 78학번 항해학과 34기 동기 동창이라는 이유로 승승장구했다”면서 “전문성 없는 친정부 인사에 대한 보은 인사, 임기 말 알박기 인사로는 부실의 오명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측은 이에 대해 “박 사장이 조선소에서 36년간 일했기 때문에 비전문가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주총과 이사회는 박 사장이 경영정상화와 매각을 추진하는 데 최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