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 사이에 경제 단체 맏형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경제 단체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며 “경제 단체들 사이에서 치열한 정책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와 경총은 지난 25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노동·규제·세제 개혁 방안이 담긴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재계에선 두 단체가 같은 날 정책 제안서를 낸 것을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자기 단체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하나라도 더 반영하려고 두 단체가 제안서 마련에 속도를 낸 것으로 안다”면서 “두 단체는 상대방이 어떤 경제 정책을 제안했는지 자체적으로 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의 간담회에서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경총 회장이 각각 당선인의 양옆에 앉아 경제 단체 중 두 단체가 가장 앞선 지위를 보여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5년간 정부에 패싱당한 전경련은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과의 경제 단체장 간담회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들뜬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이제부터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위기다. 한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전경련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만큼 전경련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경련 또한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 제안서를 최근 비공식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과거 200명에 달했던 직원 수가 80명까지 줄어든 전경련은 현재 신입·경력직 채용 절차를 진행하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이번 주 한국무역협회를 찾겠다고 밝히면서 상의와 경총도 당선인과의 별도 간담회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현 정부에서는 경제 단체들이 정책 결정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단체들이 정부의 주요 소통 파트너가 되려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