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일거리도 없는데, 경유 가격까지 오르니 엎친 데 덮친 격이죠.”
강원도에서 덤프 트럭을 운전하는 박모씨는 최근 들어 한달 수입이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추운 날씨 탓에 공사 현장이 줄어 일감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최근 경유값 상승으로 유류비 지출이 30~40% 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유류비 지출만 200만원 가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생업에 경유 차량을 주로 이용하는 화물 운송업자나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는 1918.83원을 기록했다. 휘발유(2001.48원) 전국 평균 가격과 82원가량 차이다. 서울 일부 주유소에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곳도 등장했다. 통상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ℓ당 200원가량 차이가 난다.
◇ 전쟁 탓 경유 값 폭등…유류비 비중 40% 넘는 화물차 비상
경유 가격 폭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무관치 않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산 경유는 EU(유럽 연합) 전체 경유 수입량 중 20%를 차지하는 등 국제 경유 시장에서 비중이 크다. 최근 러시아산 경유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24일 싱가포르 시장 기준 국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53.3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일 배럴당 117.87달러에 비해 3주간 30% 이상 오른 수치다.
국내 유류세 인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종과 관계없이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에 부과하던 세금은 ℓ당 820원에서 656원으로, 경유의 경우 582원에서 466원으로 줄었다. 휘발유가 경유보다 더 큰 인하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이 효과로 인해 지난 2008년 유류세를 10% 인하했을 때도 1달가량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화물 운전자 지출 중 유류비 비중 42.7%
물류 업계에선 화물운송 운전자나 소상공인 등은 지금의 높은 경유 가격을 버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이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화물 운전자의 평균 지출 중 유류비 비중은 42.7%에 달한다. 당시 ℓ당 1190원대로 계산한 월 평균 유류비 지출액은 252만8000원이었다. 이를 현재 경유 가격에 대입하면 월 평균 지출액은 45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화물 운전자들도 고정비 상승 부담을 토로한다. 화물트럭 기사 이모씨는 “하루에 5건 정도를 운송하면 50~60만원을 받는데 이를 유류비로 다 쓰고 있다”며 “유가가 오르면 부담을 모두 기사들이 져야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 김모씨는 “기름값 때문에 일을 줄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송노조 화물연대본부 측은 “지난해 3월과 비교해 ℓ당 경유값이 600원 가량 올랐다”며 “한달에 4000 ℓ를 사용하는 차를 기준으로 하면 250만원 정도 원가가 상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 약 2600만대 중 경유차는 38% 가량인 1000만대 가량이고, 이 중 화물차는 330만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