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가 속도를 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5일 경상북도 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이 지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가급적 빨리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를 재개해 많이 일할 수 있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전용 헬기를 타고 울진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며 이같이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는 윤석열 당선인의 에너지 분야 대표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물론 국가에서 주택을 짓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게 보상해야 하지만 이 지역 경제를 좀 일으켜야 한다”며 “신한울 3·4호기 재개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으니 정부를 인수하고 출범하면 속도를 내보겠다”고 했다. 주민들도 “원전 조기 착공을 통해 (원전 사업지 주민에 대한) 특별지원금이라도 조기에 들어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각 1400MW(메가와트) 규모인 신한울 3·4호기는 2008년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2020년대 초 차례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내놓으며 2017년 다른 원전 4기와 함께 건설이 백지화됐다. 주(主)기기 사전 제작과 부지 매입 등에 약 7800억원을 투입했지만 건설이 중단되면서 우리나라 원전 산업 전체는 물론 건설 예정지였던 경북 울진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줬다.
윤 당선인은 또 울진 산불 피해와 관련해 “지금 정부와 잘 협조하고 5월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세밀하게 잘 챙기겠다”며 “너무 걱정하지 마라. 힘내시고 용기를 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재난지역선포를 해주셨으니 저희가 이어받아 규정도 조금씩 바꾸고 해서 크게 걱정 않도록 잘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 원전산업 생태계 활성화 및 세계 최고 원전 기술력 복원”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말 잡초로 뒤덮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찾아 “원전 산업을 고사시킨 현장이다. 얼마나 황량하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이날 울진을 찾은 자리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재확인하면서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5년 동안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공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으로 시간을 허비한 탓에 환경영향평가 기한이 만료되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다시 포함해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지만, 대통령 당선인이 의지를 보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건설 재개를 위한 동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등 원전 주기기 사전 제작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중단됐다. 다만 중단 당시까지 1년가량 제작이 진행된 상태라 건설을 재개하면 이르면 4년 뒤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기술의 설계 작업 공정률도 48% 수준에서 멈춘 상태다.
윤석열 캠프에서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 위원을 지낸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은 “실시 계획 승인을 받아야 본격적인 계약이 가능하지만, 제작에 오래 걸리는 주기기 등은 미리 업체에 주문을 넣을 수 있고 설계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2년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도 인접한 신한울 1·2호기 부지의 데이터와 기존 자료를 활용하면 내년 초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연말 확정되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다시 신한울 3·4호기를 반영하고,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당기면 내년 초에는 실시 계획 승인과 함께 원자로 등 기기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을 위한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경우 2030년 이전에 신한울 3호기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행정적인 절차들은 원전의 안전성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한 원전업체 관계자는 “발주까지 앞으로 2년 넘게 걸려서는 일감이 바닥난 중소업체들이 버티기 어렵다”며 “최대한 건설 재개 시기를 당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