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Needs’(고객의 요구) ‘Heavy 게임’(용량이 큰 게임)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22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소비자를 상대로 이런 표현을 담은 해명 글을 올렸다가 온라인에서 ‘비난 폭탄’을 맞고 있다. 삼성 공식 커뮤니티 사이트에만 항의글이 수천건이다. ‘광고 속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한 정당한 항의에 잘못을 인정하긴 커녕, 전문가 또는 삼성 직원이나 알아들을 표현으로 변명 글을 두번이나 올린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소비자 무시’라는 취지다.
갤럭시S22는 지난달 25일 출시 직후부터 성능 논란에 휩싸였다. 갤럭시S22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가 게임 등 앱 실행시 전화기가 뜨거워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강제로 작동되는데, 이 것이 제품 성능을 너무 크게 저하시킨다는 지적이었다. IT전문가들 실험에서는 GOS 작동시 갤럭시S22 성능이 최대 40%이상 떨어지는 걸로 나온다.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 홈페이지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와 다수의 IT 커뮤니티에 항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삼성전자는 지난 3일과 4일 삼성전자는 두차례 공지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첫번째 공지문에서 “게임 런처 앱 내 게임 부스터 실험실에서 ‘성능 우선 옵션’을 제공하는 SW 업데이트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비자 항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지만,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공지문에 업데이트의 이유로 적어놓은 ‘최근 다양한 고객의 Needs에 부응하고자’라는 표현이 표적이 됐다. ‘GOS 강제 작동을 통해, 애초 광고했던 성능에 한참 못미치게 만들어놓고, 사과는 커녕 마치 소비자가 떼를 쓰니 해준다는 식 아니냐’는 게 항의글의 주된 취지였다.
삼성은 이튿날 또 다시 공지를 올렸다. 이번 공지문에는 ‘Heavy 게임 사용 시 과도하게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방향으로 설정된 부분이 있었다’는 표현이 있었고, ‘VOC’(고객의 목소리)라는 일반인은 알아듣지 못할 업무용어도 포함됐다.
불만이 폭발했다. 온라인에는 “heavy한, needs는 삼성체냐?”“갤럭시 S22 대신 니즈(needs) S22로 이름 바꿔라” “1차는 Needs, 2차는 Heavy, 3차 공지문에는 어떤 영어 단어가 있을지 기대된다” “Heavy한 게임 Needs 유저라 죄송하다” “Heavy한 보상 없어도 된다. 내 Needs는 환불” 등 불만글을 쏟아내고 있다.
9일 정오 기준 삼성멤버스 커뮤니티에서 소비자가 올린 글 가운데 ‘Needs’란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은 906건, ‘heavy‘가 들어간 글은 329건, ‘GOS’가 들어간 글은 7190건이었다.
삼성 커뮤니티가 전부가 아니다. 클리앙, 에프엠코리아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삼성의 공지문에 나온 영어 단어들이 들어간 게시물이 수십에서 수백개가 올라왔다. “아이들도 반성문을 저런 식으로 쓰지 않는다” “VOC, SW 등 단어를 풀어서 쓰지 않는 것은 고객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증거” 등이다. 한 네티즌은 “삼성 신뢰의 문제였는데, 공지가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지게 했다”고 했다.
‘공지문에 화가 나 갤럭시 S22 사전 예약을 취소했다’는 인증 글도 이어진다. 지난 5일 에프엠코리아에 올라온 취소 인증 게시물은 300개가 넘는 추천을 받았다. 기업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삼성전자 측이 제품 출시에 앞서 GOS 강제 작동에 대해 해명해놓은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2 사전 예약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2일 유튜브 ‘스브스뉴스’ 채널에 출연, ‘GOS 끄는 법’에 대한 질문에 “소비자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 “절대 절충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며 “타이트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자막엔 ‘안전에 있어서는 타협점이 없다’고 적혔다.
‘소비자가 GOS를 끌 수 있도록 만들어 제품이 최대 성능을 내면서 과열되면 화재 등 위험이 있다’는 취지였다. 네티즌들은 “그렇다면 애초 스펙을 속인 것이거나, 잘못 만든 것 아니냐”고 따진다.
한편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S22의 GOS 논란은 집단 소송,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광고법 위반 조사 착수 검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성능 테스트 앱 긱벤치가 순위표에서 “GOS로 인해 실제 성능과 다르다. 성능측정 조작(manipulation)으로 판단했다”이라며 일부 갤럭시 제품군을 퇴출했다. 이 순위표에서 퇴출된 제품은 원플러스, 원플러스5, 원플러스9, 화웨이 메이트10프로 등으로 대부분 중국회사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