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유가와 원자재 가격, 물류비용이 동반 상승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10달러 선까지 폭락했던 국제 유가는 경기 회복과 함께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는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8.26달러까지 올랐다.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다. LNG(액화천연가스) 수급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발 천연가스 위기에 직면한 유럽을 돕기 위해 한국·일본 등 아시아 우방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반발로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아시아 국가가 확보한 LNG를 유럽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LNG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해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LNG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주요 원자재 가격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지난달 23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t당 2만3425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코발트 가격도 지난 2일 t당 7만710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3만7490달러)보다 2배가량 올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중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전기차 생산·판매 확대에 나서면서 배터리 소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1년 전 SCFI는 2800선이었다.

생산 원가 상승은 국내 수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조사팀장은 “같은 물량의 원자재를 수입하더라도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지게 된다”면서 “또한 생산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려고 제품 가격에 반영을 하다 보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경쟁력까지 악화한다”고 말했다. 자국 내 원자재 생산량이 많은 중국 기업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 피해는 심각하다. 주로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적으로 생산 원가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곧바로 반영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9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전부 반영한 중소기업은 6%에 불과했다. 물류비 상승으로 수출 거래처가 끊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물류비 상승분이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보다 커지다 보니 지난해 말부터 외국 업체들이 위약금을 물면서 국내 중소기업과의 계약을 깨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기업 연구·개발과 설비 구축이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국내 전체 산업 경쟁력까지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