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국내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수도권에 새로운 R&D(연구·개발) 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대전 R&D 캠퍼스를 비롯해 서울 마곡, 경기 과천에도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 조직들이 있지만, 서울 근교에 신규 R&D 허브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분당·용인·과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지난 25일 SK그룹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2027년까지 경기 부천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천 대장신도시 내 9만9000㎡(약 3만평) 부지에 총 19만8000㎡ 규모 시설을 짓고,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온·SK E&S·SKC·SK머티리얼즈 7사의 친환경 신기술 개발 인력 3000여 명을 한데 모으기로 했다. SK그룹은 이곳을 차세대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 탄소 저감,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 관련 기술 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같은 신기술 분야가 미래 새 먹을거리로 떠오르면서 이 시장을 주도하려는 기업들의 R&D 센터가 속속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있다. 2010년대 초반 판교, 2010년대 후반 마곡으로 대기업과 주요 IT(정보기술)기업의 R&D 센터가 몰려든 데 이어 이제는 판교 옆 분당·용인, 마곡 옆 부천 등으로 R&D 벨트가 넓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SK·포스코 등 계획 잇달아

미래 신기술 개척에 사활을 걸고 나선 제철·중공업 기업들도 서울과 수도권에 잇달아 새 R&D 기지를 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4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 미래기술연구원을 열었다.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인천 송도에 있는 철강 중심 기존 포스코 기술연구원과는 달리 AI(인공지능), 이차전지 소재, 수소·저탄소 에너지 기술 등 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R&D 컨트롤타워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선 포스코센터 내에 자리를 잡았지만 향후 서울 근교에 건물을 신축하고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두산그룹은 지난해 1월 경기 성남 분당두산타워로 두산중공업 연구 인력을 이동 배치한 데 이어 2026년까지 용인에 첨단기술 R&D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 관련 연구 인력을 집결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올 연말 분당에 글로벌 R&D 센터를 오픈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과 LNG 추진선, 자율 운항 기술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기술 수요 폭발… 인력 확보 유리

기업들이 잇달아 새 R&D 기지를 마련하고 나서는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기존 조직과 시설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대전 R&D 캠퍼스에도 내년 말까지 연구동을 신축할 예정이지만 그걸로도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추가 입지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최근 배터리,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기존 대덕기술원만으로는 사무·실험공간 등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전 대덕단지는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잇달아 들어서며 확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고급 인력들이 선호하고, 기술 정보 교류 측면에서도 유리한 서울 근교,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 자리 잡는 부천은 서울과도 가까운 데다 첨단 IT 연구소들이 밀집한 마곡과 인접해 있다. 현대중·두산 R&D 센터가 들어설 분당·용인 역시 판교와 가깝다. 용인 마북단지에는 수소 기술에서 앞선 현대차 환경기술연구소와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 등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인재와 부지 확보에 가장 효율적인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로선 대규모 R&D 단지를 세울 만한 부지를 찾기 어려운 서울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연구단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