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중앙관제실에서 직원들이 각종 화면을 보며 발전소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제공

충남 태안에 있는 한국서부발전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디지털 뉴딜 관련 기술을 안전 분야에 접목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최근 발전용 빅데이터 40만개를 민간에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연구 기관·기업들과 공동으로 관련 데이터를 활용, 다양한 연구 모델을 만들고 있다. 발전 공기업이 보유한 특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다.

서부발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인공지능 기술을 안전 분야에 접목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이 CCTV 영상으로 작업자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분석해 인명 사고 발생을 막겠다는 것이다.

서부발전 4개 사업소 중 하나인 태안화력발전소는 국내 발전소 중 최대 규모다. 부지만 약 460만㎡에 이르고, 발전 시설 면적은 여의도에 버금갈 정도다. 워낙 넓다 보니 안전 요원이 현장을 감독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이를 보완하려 CCTV를 작업장 내 안전 요원 숫자보다 많은 1100여 대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24시간 감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부발전은 이 같은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중소기업과 AI 영상 분석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CCTV 기반 영상 감시 전문 기업인 세오와 2019년 ‘발전소 안전 관리용 인공지능 영상 분석 시스템’ 공동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세오는 CCTV 기반 인공지능 영상 감시 설루션, 영상 암호화 설루션 분야에서 공공 조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며 “CCTV 감시 설루션과 연계한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 있는 한국서부발전 본사 야경. /한국가스공사 제공

서부발전은 세오와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 약 18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인공지능 영상 분석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18개월간 CCTV를 통해 수집한 태안발전소 내 작업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 약 70만장을 기반으로 위험 요인을 감지한다. CCTV가 화재 발생 상황을 비롯해 △위험 지역 침입 △2인 1조 작업 △안전 장구 착용 여부 △돌발 행동 △긴급 구조 신호 등 작업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가 CCTV에 찍히면 인공지능이 이를 감지해 중앙제어실에 알린다. 중앙제어실에서는 해당 정보를 파악하는 즉시, 관리자가 현장에 위험 요소를 알려 사고를 예방한다. 해당 시스템에는 AI 에지-서버 방식이 적용됐다. 현장에 있는 작업자를 CCTV가 감지해 관련 정보를 인공지능 서버에 전달하면, 서버가 종합적인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원리다. 기존 행동 패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CCTV에 찍힌 작업자의 행동이 규정을 위반하거나 어긋날 경우, 이를 감지·분석해 알려주는 것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AI가 작업자의 행동을 분석해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소규모 모니터링 인력으로도 감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제어실에서 즉시 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부발전은 우선 태안발전소 내 석탄 설비 현장에 설치된 CCTV 200여 대에 영상 분석 시스템을 적용한다. 위험도가 높은 현장에서 우선 실증을 거친 후 정확도와 신뢰성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확인되면 이를 태안화력발전소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후 다른 사업소로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서부발전 측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안착한다면 인명 사고 없는 발전소 현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보다 더욱 신속하게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게 돼 사고 자체를 예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