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건설·화학·철강·조선업 현장에서 연달아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애초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을 앞두고 이 법의 과도한 처벌 규정과 모호하고 불명확한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해 법 개정을 이끌어 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숨죽인 상태로 여론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입니다.

올해 산업재해는 지난 11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부터 시작됐습니다. 건설 중인 아파트 외벽과 내부 구조물 일부가 한꺼번에 붕괴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근로자 6명이 실종됐습니다. 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요.

이어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용역 업체 직원이 장입차(쇳물 생산에 사용되는 코크스를 오븐에 넣는 장치)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튿날엔 청주 에코프로비엠의 배터리 소재 공장 화재로 직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습니다. 23일에도 효성티앤씨 울산 공장에서 불이 나 직원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고, 24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근로자 1명이 크레인과 철제 기둥 사이에 끼어 숨졌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경영계는 망연자실입니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전후로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려 했는데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같은 계획도 올스톱됐다”면서 “최근 사고를 보면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광주 아파트 사고 이후 기업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일각에선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남 일 같지 않은 심정으로 산업재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어느 기업도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물론 산업재해에 대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광주 아파트 붕괴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만큼은 막아야 기업들도 중대재해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