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에 기대를 걸었던 반도체 소재·장비·부품 분야 중소업체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물론 각종 규제 개선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희천 중소기업벤처부 중소기업정책관이 2021년 11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시스템반도체 중소 팹리스 지원방안 수립을 발표하고 있다. 2021.11.18. /뉴시스

반도체 세정 장비 분야 세계 1위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인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했다. “돈도 있고 공장도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국내 350여 명, 미국에 25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인텔·TSMC 등 외국 기업들이 현재 연봉의 1.5~2배를 제시하며 끊임없이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면서 “획기적인 인력 대책을 기대했는데 알맹이가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R&D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면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한 반도체 웨이퍼 제조 업체 대표는 “웨이퍼 제조는 공정 특성상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인력을 공급해주지 못하면 주52시간 근무제 규제라도 완화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용 로봇 기업 대표 역시 “원청 업체인 대기업은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있어 새벽 시간대에도 우리 제품에 대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법 규정대로 교대 근무제를 운용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반도체 관련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들이 요구했던 ‘화학물질 등록 규제’ 완화도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부의 반대 때문이었다. 현행법은 연간 100㎏ 이상의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판매할 때 정부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화학물질 하나당 인증 비용만 수백만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100㎏이면 샘플을 만들어보는 수준”이라며 “돈도 돈이지만 인증에 최대 3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데다 미국 등록 기준(10t)에 비하면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