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을 앞두고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건설·철강사 대표들이 신년사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선 “건설·철강 회사 신년사인지, 보안 회사 신년사인지 헷갈린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연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입니다. 대우건설 김형·정항기 대표는 신년사에서 “대우건설의 모든 경영 활동의 최우선 가치는 바로 안전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중대 재해로 고귀한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와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도 한목소리로 사고 예방을 강조했습니다.

철강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그룹 모든 업무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 핵심 가치이자 기업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고,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의 시행을 차치하더라도 이제 안전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를 넘어 범사회적인 핵심 덕목으로 그 의미와 가치가 확대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대표들의 신경이 이처럼 곤두서 있는 것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지 않으려면 안전을 강조하는 것 말고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대재해법은 사고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법인데, 기업이 지켜야 할 안전 조치 의무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그동안 안전 담당 임원을 만들고 안전 관련 조직도 신설하고 로펌 컨설팅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불안에 떠는 이유입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6일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 법은 사장님들 감옥 보내자는 법이 아니다”라며 “처벌을 위한 게 아니라 안전과 사람·생명에 대한 생각을 한번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나면 1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법을 만들어놓고도 처벌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기업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모호하고 불명확한 규정을 보완하고 과도한 처벌 규정도 손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