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영도산업 본사에서 이광호 회장이 완성된 수소차용 탱크 밸브를 살펴보고 있다. 이 회장은 “매일 200개 넘는 밸브에 먼지 하나 없도록 검수한 다음 진공 포장해 납품을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지난 연말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영도산업의 검수 라인. 흰색 가운 차림의 직원들은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자현미경이 45배로 확대한 수소차용 수소탱크 밸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한 직원은 “밸브 굴곡면을 살펴보고 특히 먼지 한 톨이라도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영도산업 회장은 “수소차용 탱크 밸브는 일반 가스 탱크의 5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티끌 하나만 있어도 가스가 샐 수 있다”며 “공정을 한 단계 지날 때마다 이런 전수 검사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1974년 설립된 영도산업은 가스 밸브 전문 기업이다. 1985년 국내 최초로 액화석유가스(LPG)용 밸브 KS인증을 획득하고, 2001년에는 압축천연가스(CNG)용 밸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국내 가스 밸브 제품의 역사를 써왔다. 지금은 수소차 탱크 밸브 세계 1위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굴러다니는 수소차 10대 중 6대가 영도산업이 만든 탱크 밸브를 달고 다닌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이 회장은 “우리 회사 제품이 현대차 넥쏘와 수소버스에 장착돼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수소차 밸브 개발에 뛰어든 건 2011년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에 맞춰 연구를 시작했고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밸브 명가를 자부하는 영도산업이지만 수소 밸브 개발은 완전히 다른 도전이었다. 기존 가스는 150바(bar·1바는 대기압 수준)의 압력만 견디면 되지만 수소가스는 700바를 견뎌야 한다. 수소는 기체 상태로만 저장할 수 있어 연료로 쓸 만큼 담으려면 최대한의 고압으로 많은 수소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온도 역시 영하 40도에서 영상 85도까지 견디는 조건을 갖춰야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필요했다.

이런 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투입한 연구개발(R&D)비만 400억원에 이른다. 기존 밸브에 쓰던 황동을 수소 가스에 강한 알루미늄 소재로 바꿨다. 또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부품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해외 부품 업체들을 샅샅이 뒤져 찾아냈다. 2년 만에 수소차 탱크밸브 개발에 성공한 영도산업은 수소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4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도산업은 400여 개 각종 가스 밸브를 만드는 데 수소차 탱크 밸브 1개 품목이 전체 매출액의 47%를 차지할 만큼 효자 품목이 됐다.

영도산업은 현재 제작 중인 수소차 밸브를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매출의 6%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연구 인력의 비율도 전 직원의 10.5%에서 2024년까지 12%로 늘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수소차 관련 사업은 100년 이상 갈 사업”이라며 “보다 다양한 차종에서 더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