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충남 천안에 있는 산업용 볼트·너트 전문 기업 신진화스너공업의 공장. 1만3000여 평 규모의 공장에서 직원들이 눈금이 그려진 산업용 두께 측정기를 들고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볼트의 크기를 재고 있었다. 정한성(66) 대표는 “우리가 생산하는 볼트 종류만 3만개가 넘는다”며 “규격도 제각각이어서 제품이 오차 범위 내에서 만들어졌는지 매번 무작위로 골라 확인한다”고 말했다.
신진화스너공업은 볼트·너트 같은 ‘파스너’(분리된 것을 잠그는 데 쓰는 기구) 제작 전문 업체다. 1988년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볼트와 너트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한국산업규격(KS) 인증을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취득한 품질 관련 국내외 인증만 16개에 이른다. 정 대표는 “작업 현장에서 파스너는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며 “품질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신진화스너공업은 정 대표의 작은아버지가 1969년 설립한 ‘신진공업사’로 출발했다. 10여 평 규모 가정집에서 압축기 1대로 볼트와 너트를 찍어낸 게 시작이었다. 일손을 돕던 정 대표는 대학원 졸업 후 1975년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일반 철강으로 볼트를 만들었는데, 습기에 약해 녹이 잘 슨다는 단점이 있었다. 정 대표는 문래동 철제상에 볼트 제작용 스테인리스강 수입을 부탁했고, 1980년 국내 최초로 스테인리스강을 소재로 한 육각볼트를 개발했다.
정 대표는 1982년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열을 가하지 않고도 볼트의 머리 부분을 찍어낼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그는 “실온에서 가공해도 깨지지 않는 특수 소재를 개발했다”며 “이 방법을 쓰면 강한 압력을 받은 소재 조직이 고르고 촘촘해지기 때문에 볼트 머리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는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지난해엔 영업이익(13억8800만원)의 40%가 넘는 5억8000만원을 연구·개발(R&D)에 썼다. 작년 매출은 407억원.
2017년 생산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공장을 도입했다. 인장 강도 100t을 견딜 수 있는 인장시험기와 충격시험기, 볼트·너트의 코팅이나 열처리 상태를 분석하는 축력시험기, 성분분석기도 갖췄다. 최고의 품질을 만들겠다는 정 대표의 의지다. 그는 “볼트와 너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의 강도와 이어주는 힘”이라며 “1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이라고 내놨는데 풀리거나 끊어지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화스너공업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볼트·너트도 만들지만, 전체 매출의 30~40%가 원자력·풍력 같은 발전 설비와 건설 현장 등 특수 산업군에 쓰이는 파스너에서 나온다. 독일 등 10여 곳의 유럽 국가에 발전 설비용 파스너를, 미국에는 중장비·선박용 파스너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 법인을 세우고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뒤 수출이 작년보다 40% 넘게 올랐다. 정 대표는 “최근엔 북극과 같은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풀리지 않는 최고의 연결 고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