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잇달아 인상된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대선 후 전기 요금은 10.6%, 도시가스 요금은 16.2% 대폭 인상한다. 최근 고물가 탓에 전기·가스 요금을 잇따라 동결했지만, 올해 한전이 4조원대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백기를 든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 등 국민 부담을 고려해 요금 조정 시기를 내년 2분기 이후로 늦췄다고 하지만 대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전이 전기 요금을 인상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4분기 kWh당 3원을 올렸지만 올 1분기 3원을 인하한 뒤라 연간으로 따지면 동결이었다.

한국전력은 27일 내년 4월 이후 전기 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1.8원 올린다고 밝혔다. kWh 당 111원 수준인 현행 전기 요금 단가의 10.6%에 해당하는 인상률이다. 한전은 (전기 요금의 단가를 구성하는) 기준 연료비는 내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4.9원씩 올리고, 기후환경요금은 4월부터 2원 인상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고려해 조정 시기를 내년 4월 이후 분산해 반영하도록 했다”면서 “연간 전체로 보면 5.6%가량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평균 1950원가량 전기 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가스 요금도 내년 말까지 16.2% 인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내년 5월과 7월, 10월 3차례에 걸쳐 MJ(메가줄)당 총 2.3원을 올린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소비자 월평균 부담액은 현행 2만8450원에서 내년 10월 이후에는 4600원가량 늘어난 3만3050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큰 폭의 요금 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한전 등 공기업의 손실 규모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내년 1분기 전기 요금 산정 시 한전이 밝힌 인상 요인은 kWh당 29.1원에 달했다”며 “이번 인상으로도 연료비 상승을 다 반영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