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1차 특구 지정 후 총 29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고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와 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판 뉴딜과 지역 뉴딜을 선도하며 지역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규제 혁신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들을 속속 배출하고,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규제자유특구 챌린지를 개최해 유망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도 지원하고 있다.
편집자 注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9월 발표한 규제자유특구 챌린지 심사 결과에서 친환경 소형 선박 제조업체 ‘빈센’이 대상을 차지했다. 대마 식물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선 ‘네오켄바이오’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두 기업 모두 국내 규제로 인해 신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다가,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되는 규제자유특구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수소연료전지 선박 기준 없어 난항 겪던 ‘빈센’
빈센은 이칠환 대표가 2017년에 설립한 친환경 소형선박 전문 제조업체다. 전기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과 이를 적용한 친환경 소형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선박용 전기추진장치·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공급장치·전기추진 레저보트 디자인 등 국내 특허 17건을 보유한 친환경 선박 시장 선두 주자다.
그러나 신기술인 수소연료전지 선박에 대한 안전 기준이 현행 제도에 따로 없어,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난항에 부딪혔다. 선박을 건조하려면 선박안전법 및 하위 기준에 따라 안전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선박은 관련 규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건조·운항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빈센은 2019년 12월부터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되는 울산 수소그린 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에서 사업 안전성 실증에 나섰다. 규제 샌드박스는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혁신 제품·서비스가 자유롭게 연구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규제자유특구에선 규제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고, 관련 법령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할 때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조기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또 기존 규제가 신제품 출시를 금지하는 내용일지라도 일정 조건에서 규제와 상관없이 신제품과 서비스 테스트가 허용된다.
빈센 역시 수소연료전지 선박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소관 부처와 함께 안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규제자유특구에서 ‘수소연료전지 선박 상용화’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12월까지 약 2년간 수소연료전지 선박 설계·제작 및 운항 실증을 진행했고, 지난 4월에는 10m 수소전기보트 ‘하이드로제니아’를 개발해 부산국제보트쇼에서 선보였다. 하이드로제니아는 부산국제보트쇼의 ‘올해의 보트상’ 최우수상을 받았고,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 수소연료전지실증화센터를 방문해 직접 하이드로제니아에 탑승하기도 했다.
빈센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규제자유특구 챌린지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3억원을 지원받았다. 현대자동차와도 수소연료전지 공급 협약을 맺고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선박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엄격한 대마 규제 뚫고 사업화 성공한 ‘네오켄바이오’
규제자유특구 챌린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네오켄바이오는 헴프(의료용 대마)를 통해 신경안정 성분인 ‘칸나비디올’을 추출해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다. 함정엽 대표는 2018년부터 식약처 허가를 받고 헴프를 연구해 칸나비디올 신약을 제조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했다. 헴프는 환각 성분 함유율이 0.3% 미만인 대마를 뜻하며 북미와 유럽에선 이미 헴프를 활용한 신약 출시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대마 산업화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함 대표의 사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약 개발의 길을 열어준 게 중기부의 규제자유특구 사업이었다. 중기부가 2020년 7월 경북 안동 일대를 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면서 수출 목적에 한해 헴프의 재배와 소재 추출이 허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함 대표는 올해 6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술출자회사로 네오켄바이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오켄바이오는 독자적인 가공 기술로 헴프에서 고순도 칸나비디올을 추출해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칸나비디올 성분의 뇌전증 치료제 신약 개발이다. 영국 제약사가 2018년 출시한 칸나비디올 성분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는 2019년에만 3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는데, 네오켄바이오는 이를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희귀 만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신약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5년 내에 국산 뇌전증 치료제를 생산·판매하고, 1건 이상의 신약 개발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