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기술 명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취업 명문’으로 인기를 누려왔던 마이스터고가 도입 11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 다수 학교가 미달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달 사례가 없었던 서울 지역에서도 처음으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에 우수한 고졸 기술 인력을 공급해온 마이스터고마저 외면받으면서 기업들의 우수 기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첫 미달 기록… 전국 7곳 미달
마이스터고는 2010년 수도전기공고, 금오공고 등 전국 21교로 시작해 내년에 첫 신입생을 받는 신생 아산전자기계고까지 전국에 53교가 있다. 19일 교육부와 각 학교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2022학년도 마이스터고 신입생 모집 결과 서울 2곳을 포함해 전국 7개 고교에서 1차 모집 지원자가 정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경북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가 탈원전 정책 여파로 미달을 기록하고, 2019년에도 1곳이 정원을 못 채웠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미달 사태가 벌어진 적은 없었다. 서울 지역 A 마이스터고 교사는 “특히 서울에 있는 마이스터고가 미달을 기록한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달도 문제지만 전체 경쟁률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전국 마이스터고 53곳의 평균 경쟁률은 1.34대1에 그쳤다. 특히 AI(인공지능)와 자율 주행, 5G(5세대 통신) 같은 4차 산업 혁명이 본격화하면서 기계, 농수산 분야 학교들은 신입생 모집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기계 분야 지방 B 마이스터고는 2015학년도 2.18대1, 2017학년도 2.12대1이었던 경쟁률이 이번에는 1.4대1로 줄었다. 수도권 지역 C 마이스터고 교장은 “지난해와 올해 너무 힘들었다”며 “미달을 모면하고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고졸 인력 채용 줄어… 지원 감소하며 악순환
마이스터고 지원자가 줄어든 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취업 잘되는 학교’라는 평을 듣던 마이스터고를 직격한 가장 큰 충격파는 제조 분야 대기업과 공기업의 고졸 기술 인력 채용 축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2015년까지는 고졸 생산기술직을 채용했지만, 이후 조선·플랜트 경기가 꺾이면서 중단했다”며 “최근 수주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본사 차원에서 고졸 채용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반도체·휴대전화 등 IT(정보 기술) 대기업도 생산 기지 해외 이전, 시스템 자동화로 고졸 기능 인력 수요가 크게 줄었다. 탄소 중립 추진으로 가동률이 낮아진 화력발전소를 비롯한 공기업 취업 문도 좁아졌다. 한 마이스터고 교사는 “대기업이 채용 규모를 확 줄인 데다 학생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 갈수록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과제로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졌던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고졸 직원들의 현장 실습 사고가 잇따른 것도 악재다.
2010년대 중반 90%를 웃돌던 마이스터고 졸업생 취업률도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70%대에 머물렀다. 통계 기준이 일부 달라진 탓도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취업을 늦추거나 대학으로 방향을 트는 비율이 높아진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에 우수 고졸 인력을 공급하는 통로였던 마이스터고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에 대해 교육 현장과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곳은 경쟁력 강한 강소기업들”이라며 “마이스터고 출신 우수 인력을 뽑아 명장으로 키우는 시스템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지방 D 마이스터고 교감은 “최근 들어 전기차 배터리, AI(인공지능) 같은 신산업이 인기지만, 그 기반은 제조업”이라며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