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모든 산업이 리셋(reset·초기화)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LG화학이 세계 7위 화학 기업이지만 모두 같은 출발선에 놓인 친환경 시대를 잘 이용하면 세계 선두에 올라설 수도 있습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신사업 투자 계획과 사업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달 CEO 취임 3년을 맞는 신 부회장은 “친환경이 화학 기업에는 위협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친환경은 화학 기업에는 위협이자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1984년 3M 한국지사 평사원으로 시작해 2011년 미국 본사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그는 2019년 1월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CEO급으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첫 외부 영입 인사였다. 올해(1~3분기) LG화학의 누적 매출·영업이익은 신 부회장 취임 전인 2018년 동기 대비 각각 52%, 119% 늘었고, 시가총액은 2018년 12월 대비 113% 증가했다. 다음 달 취임 3주년을 앞둔 신 부회장은 LG화학의 3대 신성장 동력인 친환경 사업, 배터리 소재, 신약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신 부회장은 “친환경은 보여주기식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화학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폴크스바겐·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이 많은 협력사를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히는 상황에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화학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LG화학이 “친환경 소재 분야에 2025년까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투자액 대부분이 연구·개발·생산에 쓰인다”며 “2028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태양광 패널용 소재를 포함한 10개 친환경 제품 공장을 신설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제품의 매출 성장률은 매년 30% 이상이 될 것”이라며 “전통 산업인 화학업계에 친환경은 블루오션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종합 전지 소재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재·분리막·바인더 같은 소재를 각각 만드는 회사는 있지만 LG화학처럼 이를 모두 만드는 회사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재 배터리 소재만 10개를 만들고 있는데, 2025년까지 6조원을 이 분야에 투자한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 원자재 분야에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회사들이 세계 각국의 주요 니켈·코발트 광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LG화학도 최근 해외 광산에 대한 지분 투자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국 리스크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는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서 한국 경제를 이끌 제2의 반도체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 부회장은 이에 대해 “일부 자동차 업체와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기존 배터리 업체들과의 합작 형태일 뿐 우리처럼 독자적인 생산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비율이 현재 100대 중 3~4대 수준에서 2030년 100대 중 30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배터리 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종결된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분쟁에서 대해서는 신 부회장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재와 지식재산권”이라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한국에도 뿌리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이르면 3~4년 안에 LG화학이 만든 신약 2개를 세계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4년 전부터 연간 조단위의 매출을 내는 글로벌 히트 신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투자해왔고 곧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