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귀국하고 있다. 지난 14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입지 등을 매듭 지었다. 2021.11.24 남강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에는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출장길에 오른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번 중동 출장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기에 새로운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5년 만에 미국을 찾아 열흘 동안 구글, MS, 버라이즌, 모더나 등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 강화 및 미래사업 전략 등을 논의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당시 그는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 바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난 뒤, 이르면 이날 밤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은 평소 매주 목요일에 열려왔으나, 이번 주에는 재판부 사정으로 월요일에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다음 공판 기일인 오는 16일까지는 열흘의 기간이 남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오른쪽)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해외 출장지는 UAE를 비롯한 중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9년에도 중동으로 날아가 UAE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난 바 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5G 등 IT 분야에서 UAE 기업과 삼성전자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곧이어 한국을 찾은 빈 자예드 왕세제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으로 초청해 5G 통신을 시연하고,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공장을 소개했다. 빈 자예드 왕세제는 “인류의 삶을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최신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큰 관심이 있으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들을 응원한다”고 방명록에 썼다.

이 부회장은 중동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강조하며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2019년 6월 삼성 사장단과 회의를 갖고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협력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 해 9월에는 사우디로 출장을 떠나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계열사의 해외 현장을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