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비롯한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장동현(58) SK㈜ 사장과 김준(60) SK이노베이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노종원(46), 곽노정(56)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2일 단행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이름은 이날 인사 발표에 없었다. 재계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이 오는 15일 이사회를 여는 SK온(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으로 경영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동현·김준 부회장, 70년대생 사장 승진

SK그룹은 이날 부회장 승진 인사에 대해 “투자 전문 지주회사를 이끌어 첨단 소재·바이오 분야 M&A(인수합병)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었다”(장동현 부회장), “배터리·소재 등 신규 성장 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김준 부회장)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박정호 SK하이닉스·SK스퀘어 대표,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그룹 핵심 4인방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SK그룹은 또 지난해 인사에서 1974년생인 추형욱 SK㈜ 투자1센터장을 SK E&S 사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올해는 1975년생인 노 부사장을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사장으로 발탁했다. SK 측은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1970년대생 CEO 출현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그룹 세대교체 흐름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한 노 신임 사장은 2016년 임원에 오른 지 5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CEO 산하에 신설된 ‘사업총괄’ 조직을 이끌게 된다. SK하이닉스에서는 손수용(51) 담당이 생산직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임원 승진했고, 1982년생 이재서(39) 부사장도 나왔다. SK그룹의 올해 신규 선임 임원은 133명으로 2019년(109명)과 2020년(103명) 연말 인사보다 대폭 증가했다. 특히 첨단 소재·바이오 등의 신성장 분야에서 전체 신규 임원의 67%가 나왔다.

주요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유임된 가운데,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동남아 사업을 담당했던 박원철 신규사업팀장(부사장)이 화학·소재 기업인 SKC의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 제한 기간이 끝나, 경영 복귀의 걸림돌이 사라진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으로 복귀해 현 지동섭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 발굴에 큰 역할을 했던 만큼 SK온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보 라인 대폭 물갈이

이날 SK그룹 인사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홍보 라인들이 대거 교체됐다. SK그룹 홍보를 총괄했던 노찬규 부사장 자리에는 최태원 회장 PI(President Identity·최고 경영자 이미지 관리) 등을 담당했던 그룹 컴전략팀장 윤용철 부사장이 자리를 옮겼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에서도 기존 홍보 책임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1978년생인 김우경 신임 부사장과 김형준 담당이 각각 그 자리를 맡게 됐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에서는 도훈 신임 부사장이 PR 담당으로 새로 선임됐고, SK하이닉스에서 오랫동안 홍보 팀을 이끌었던 임원도 퇴임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홍보 팀을 대관 팀 산하로 배속하는 조직 개편도 함께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계열사에서 홍보 책임자 역할을 했던 84학번들이 줄줄이 물러났다”며 “이렇게 한꺼번에 홍보 임원을 교체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홍보 라인에서도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SK 안팎에서는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 패소 등 주요 현안 관리에 대한 희생양을 삼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