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원판)를 들어 보이고 있다. SK실트론은 올 초 업계 최초로 ‘제품 탄소 발자국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제품 물 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SK 제공

SK그룹은 지속적인 R&D(연구·개발)를 통한 기술 개발, 친환경 사업모델 구축 등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현존 최고 D램 개발

주력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현존 최고 사양 D램인 ‘HBM3′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상대적으로 전력 소모가 크고 비싸 주로 기업의 대형 서버나 수퍼 컴퓨터에 탑재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는 지금까지 나온 HBM D램 중 최고 속도, 최대 용량”이라며 “품질 수준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HBM3는 1초당 819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FHD(Full-HD)급 영화(5GB) 163편을 1초 만에 처리하는 속도다. 앞 세대인 HBM2E와 비교해 약 78% 빠른 속도다.

오류정정코드(On Die - Error Correction Code)가 내장된 것도 특징이다. HBM3는 이 코드를 통해 D램 셀(Cell)에 전달된 데이터의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16GB와 24GB 두 가지 용량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최대 용량인 24GB를 만들어내기 위해 SK하이닉스 기술진은 A4 용지 한 장 두께의 3분의 1인 약 30마이크로미터(μm·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높이 칩 12개에 각각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수직으로 연결했다.

차선용 SK하이닉스 부사장(D램개발담당)은 “세계 최초로 HBM D램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HBM2E 시장을 선도한 데 이어, 업계 최초로 HBM3 개발에도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실트론, ‘제품 물 발자국’ 인증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은 지난달 ‘제품 물 발자국(Product Water Footprint)’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 SK실트론은 글로벌 웨이퍼 업계 중 최초로 올 초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제품 탄소 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 인증을 받기도 했다.

영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감축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기관인 카본 트러스트는 제품 제조 이전 단계부터 생산 완료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종합적으로 측정, 그 결과가 국제 심사 기준에 부합하면 환경에 남기는 흔적(발자국)을 줄였다는 의미로 발자국 인증을 부여한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번 ‘제품 물 발자국’ 인증 획득은 원∙부자재부터 제조 전 공정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통틀어 SK실트론의 물 사용량 저감 노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라며 “SK실트론은 유틸리티 설비를 개선, 재이용수 사용처를 확대함으로써 공업용수 약 12만t을 줄였다”고 말했다. SK실트론이 절감한 물 사용량은 회사가 있는 구미의 시민 약 1600명이 1년간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앞으로 SK실트론이 생산한 웨이퍼 제품은 기존 ‘탄소 발자국’ 인증 마크와 함께 ‘물 발자국’ 인증 마크를 달고 전 세계 반도체 업계로 수출될 예정이다.

이밖에 SK실트론은 지난달 27일 제조공정 중 발생한 폐기물의 재활용률 98%를 기록하며 글로벌 안전인증기업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골드 등급 인증을 받았으며, RE(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2040년까지 온실가스 넷 제로(Net Zero)를 선언했다.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에 기반해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환경, 사회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라며 “ESG 경영 활동 고도화를 통해 인류의 더 나은 미래와 기술 진보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