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부채비율이 최근 3000%를 넘은 데다 자본잠식도 시작됐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3분기 개별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3668.3%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343%, 지난 1분기 2308%, 지난 2분기 2131%에 이어 3600%대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 급등은 3분기 208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결정적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화물 호황 덕분에 3분기 영업이익 1603억원을 기록했지만, 달러로 지불하는 항공기 리스비를 포함해 외화환산손실(-1757억원)이 당기순손실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2015~2017년 법인세 미납금에 대한 충당금도 1067억원을 쌓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자본잠식에도 들어갔다. 3분기 기준 자본금은 3720억원인데, 실제 자기자본(자본총계)은 3292억원에 불과하다. 손실이 쌓이면서 자본금을 약 11% 까먹은 것이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사태 이후 화물 사업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누적된 부실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에 인수돼 사업을 구조 조정하고 부실을 털어내는 게 유일한 탈출구라는 것이다. 두 회사의 기업 결합 승인이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서 인수 대금 잔금으로 8000억원을 수혈받을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업 결합 심사가 계속 지연되면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부실 규모가 더 커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면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속도를 내야 국내 항공업계 구조 조정도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