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년 전까지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했던 멜론(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점유율이 30%대까지 떨어진 반면, 유튜브뮤직의 점유율이 급상승하면서 음원 플랫폼 시장의 판도가 바뀐 것이다. 그동안 수세적으로 음원 플랫폼 서비스를 하던 후순위 업체들이 이 기회에 점유율을 늘리려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모기업인 통신사에서 지원받아 통신사 할인 혜택으로 점유율을 늘려온 KT의 지니뮤직과 SK텔레콤의 플로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네이버 바이브는 이용자 참여형 서비스를 내놨다. 게다가 글로벌 음원 플랫폼 1위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지난 8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전용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이동통신 3사와 양대 포털, 유튜브까지 업체 6개가 음원 플랫폼 시장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AI, 음성 채팅까지 동원해 점유율 늘리기

멜론·지니·플로 3강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음원 플랫폼 시장이 변한 계기는 유튜브뮤직의 출현이다. 유튜브뮤직은 유튜브의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무료로 음원을 제공하는 앱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의 ‘커버 영상’(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상)이나 뮤직비디오 시청에 익숙한 10~20대가 멜론에서 유튜브뮤직으로 갈아타면서 점유율이 바뀌었다”고 했다. 2년 전 1%에 불과하던 유튜브뮤직의 점유율은 올 들어 10%가 넘었고, SKT 플로를 제치고 3위로 올랐다.

3강 구도에 안주하던 지니뮤직과 플로는 유튜브뮤직의 확장을 막고자 태세 전환에 들어갔다. 지니뮤직은 지난 7월부터 KT의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토대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AI가 작곡한 동요와 자장가를 음원으로 내놨고, 앞으로 트로트, 팝, 게임, 스포츠 응원가 작곡에도 AI를 활용할 예정이다. VR 기술을 이용해 마마무, SF9, 온앤오프와 같은 K팝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1인칭 시점에서 360도 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한 디지털 앨범도 발매했다.

플로는 오디오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3년간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과 업무협약을 맺어 스푼라디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플로 앱에서 제공한다. 사내 콘텐츠 제작팀 ‘스튜디오플로’를 설립하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팟캐스트 부문부터 시작해 오디오 드라마와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클럽하우스나 ‘카카오 음’ 같은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가 인기를 얻자 바이브는 지난 9월 이용자들끼리 음악을 들으면서 음성 채팅을 할 수 있는 ‘파티룸’ 기능을 추가했다. 파티룸은 ‘팝송 가사 ‘찐’ 의미 해석, 영어 표현 배우기’ 같은 교육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면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브는 향후에 파티룸에서 콘퍼런스, 강연, 콘서트도 개최할 계획이다.

◇음원 서비스 없으면 구독경제에 차질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둘 이상의 업체를 구독하는 이용자들이 있지만 음원 플랫폼은 중복 구독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점유율 경쟁이 더 치열하다. 일단 음원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자 하는 통신사들의 전략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2년 전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던 지니뮤직과 플로의 점유율은 각각 17.4%, 11.2%로 늘어났다.

통신사와 플랫폼들이 음원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독경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우주,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유튜브프리미엄 같은 구독 서비스는 모두 음원 플랫폼을 포함하고 있다. 카카오가 2016년 멜론을 인수한 이유도 구독 서비스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음원 플랫폼 점유율이 떨어지면 구독 서비스에 차질이 생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