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판매중인 수소차 '넥쏘'./현대차

☞ ①/②편에서 계속

이효영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와의 대화는 그린수소 생산량을 6배나 늘린 수소 촉매 이야기에서 수소차와 전기차 이야기로 이어졌다. 수소는 사회 각 분야에 두루두루 쓰일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지만, 범위를 좁혀 촉매 연구 결과를 수소차와 전기차의 사례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보면 독자들의 피부에 더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소차 vs 전기차

—수소차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의 경우 수소 1kg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대략 96.2km이다. 수소 연료 1kg 가격이 대략 8000원 정도이니 1km 당 연료비가 83.2원이 든다. 이에 반해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1kWh에 5.1km를 간다. 급속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1kWh 당 292.9원이 드니 1km를 가는데 57.4원의 연료비가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1km를 가는데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연료비로 25.8원을 더 쓰는 셈이다.

그러니 수소 가격을 지금보다 1kg 당 25.8원, 즉 32% 정도 더 낮출 수 있다면 전기차와 연료비 경쟁력이 같아진다. 이 교수의 촉매로 그린수소 생산량이 6배나 높아졌으니 그린수소의 가격을 이 정도는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나?

“앞에서 말했지만 생산 단계의 원가를 대폭 낮출 수는 있다. 다만 그린수소의 양산과 저장 시설, 운송, 마케팅 부문에서 비용 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양산 경험이 없는 내가 소비자 가격에 대해 예단을 하기는 어렵다. 공학자와 기업 경영자, 수소 인프라를 공급하는 정부가 함께 논의해 전체 생산 구조가 확정되면 소비자 가격도 최종 결정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현대차

—하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물분해를 통해 그린수소를 얻으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료 뿐 아니라 다른 비용들이 추가되어 수소의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므로 수소 가격은 재료비인 전기료보다 항상 비싸게 된다. 그렇다면 그린수소는 전기보다 가격 경쟁력이 없는 에너지 아닌가?

“승용차 연료비라는 측면에서만 따지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이 있다.”

—다른 측면이라니?

“첫째,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300~400km를 가지만, 수소차는 한번에 6kg의 수소를 탑재해 600km를 갈 수 있다. 그 만큼 충전소가 적어도 되니 충전소 설치 비용이 덜 든다. 또 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15분~4시간 걸리는 반면, 수소차는 5~10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돈보다 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운전자라면 수소차를 선택할 것이다.

만약 개인 승용차가 아닌 대형 트럭일 경우에는 상황이 또 달라진다. 전기차는 차량이 커질수록 배터리도 커지게 되면서 무게와 가격, 충전시간 모두 크게 올라 비효율적이다. 전기 승용차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면, 대형 전기 트럭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수소차는 대형 트럭이라도 연료탱크만 키우면 충분한 연료를 실을 수 있다. 매일 집 주차장이나 회사에서 충전하는 개인 승용차 이용자라면 전기차가 유리하겠지만, 먼 거리를 무거운 짐을 싣고 오가는 트럭이라면 수소차가 유리할 것이다.”

이 교수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둘째, 자동차를 넘어 드론을 생각해 보라. 전기 드론은 장거리 비행을 하려면 큰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반면 수소 드론은 연료전지와 작은 보조 배터리만 설치하면 되니 무게가 더 가벼워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 수소 차나 수소 드론은 수소 에너지 활용의 한 사례일 뿐이다. 수소는 배터리에 저장해야 하는 전기보다 보관이 편리해 향후 가정용 연료로도 사용될 것이다. 지구 전체의 에너지 사용을 따졌을 때는 전기보다 수소가 절대 우위라고 생각한다.”

수소 에너지는 전기와 달리 에너지 저장을 위한 큰 배터리가 필요없기 때문에 몸체가가벼워야 하는 항공기 분야에서 전기 에너지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중국업체 이항이 만든 드론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항

—그렇다면 승용차 뿐 아니라 승합차와 트럭까지 포함해 자동차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이 교수가 발명한 촉매를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그린수소를 대량생산할 경우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수소의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춰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를 사용할 자동차의 종류를 잘 선택하고, 소비자들에게 장점을 잘 홍보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기는 어디서?

대화의 주제를 수소 자동차에서 벗어나 수소 에너지 전반으로 다시 확대했다.

—물분해에는 전기가 필요하다. 그 전기를 화석연료 발전으로 얻는다면 그린수소가 완벽한 청정 에너지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궁극적으로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자력 발전에서 전기를 얻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충분할 때까지는 원자력을 이용해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기를 조달해야 한다. 풍력은 저녁에도 계속 돌아가는 반면, 저녁에는 전기 수요가 적다. 그래서 저녁에는 남는 전기를 물분해에 써서 수소를 생성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도 마찬가지이다. 부족한 풍력과 태양광 전기를 일단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다가 풍력과 태양광이 늘어나면 원자력 발전을 줄이면 된다.”

그린 수소가 완벽한 청정에너지가 되려면 물분해에 필요한 전기도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생산되어야 한다. 독일의 풍력 발전 기술자들이 지난 11월 15일 독일 베른스도르프의 풍력 발전기를 수리하고 있는 모습./dpa 연합뉴스

—호주에서는 방대한 국토와 풍부한 태양광을 이용해 생산한 청정 전기를 물분해에 사용해 수소 생산 원가를 낮추고 있다. 완벽한 청정에너지 생산시스템이다. 우리도 가능한가?

“현재 한국가스공사에서 호주산 수소를 1kg당 3000원 정도로 수입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호주만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신 촉매를 잘 개발해 생산 비용을 낮출 수 밖에 없다. 촉매에서 사용하는 귀금속의 양을 극도로 낮추거나, 코발트, 철, 니켈 같은 값싼 전이금속을 촉매로 이용하면 된다. 전세계가 경쟁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발표한 방식의 촉매를 상용화하고 있는 곳은 없다.”

—어느 나라들이 물분해 촉매 개발에 앞서 가고 있나?

“독일과 일본이 앞서 가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몇 년 전부터 수소화 사회를 이야기했다. 그 나라들은 수소 연구가 상당히 많이 진척되어 있다.”

지난 11월 13일 세계 약 200개국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등을 포함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인 '글래스고 기후 조약'에 합의했다. 당사국총회에서 알록 샤르마 의장이 박수를 받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나라가 수소 촉매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나?

“예컨대 내가 발명한 그린수소 생산 촉매는 내가 세계 최초로 발명한 ‘이효영의 블루 이산화티타늄' 촉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블루 이산화티타늄 촉매 개발은 많은 시도와 더불어 운도 따랐다.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수많은 실험 끝에 새로운 그린수소 생산 촉매를 얻게 된 것이다. 이런 노하우가 우리 나라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그린수소 촉매 연구를 발전시킬 계획인가?

“암모니아, 즉 폐수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암모니아에서는 물보다 더 낮은 전압으로 수소와 질소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도 촉매가 필요하다. 이 촉매는 전세계적으로 개발이 안됐다. 연구중이다. 폐수 정화업체 입장에서는 폐수를 정화해서 돈을 벌고, 수소와 질소도 생산해 팔아 돈을 벌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기이다. 촉매만 잘 개발하면 기업들이 환경산업에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환경보존이 더 잘된다. 촉매 연구의 매력이 이런 점에 있다.”

현대차가 가야할 길

이효영 교수의 연구는 그린수소 촉매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산화탄소 제거 촉매도 연구하고 있다. 방안의 전등 불빛(가시광선)을 촉매가 흡수한 뒤 그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의 원료가 되는 일산화탄소로 변환시킬 수 있는 이산화티타늄(TiO2)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 ‘이효영의 블루 이산화티타늄’이라고 이름 붙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면서 생성물은 연료로 쓸 수 있어서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에 앞서 2010년에는 산화된 그래핀(탄소 원자들이 2차원 평면을 이룬 것)을 상온에서 환원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한 논문을 발표, 지금까지 1700회 넘게 인용되고 관련 회사도 만들어졌다. 현재는 빛만으로 거울상 이성질체(카이랄)를 만드는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나 악취의 제거 등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 촉매들. 이효영 교수는 왼쪽 아래 3 종류 촉매 가운데 자외선을 받아야 작용하는 흰색 이산화티타늄, 검은색 이산화티타늄과 달리, 가시광선에서도 작용하는 블루 이산화티타늄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이효영 교수

이 교수는 인터뷰 초반에 이산화탄소 제거 촉매와 그래핀에 대한 설명을 다양한 자료를 보여주고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2시간 가까이 설명했다. 내용이 풍부하고 재미가 있었으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을 듯해 생략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6시 30분을 훌쩍 넘겼다. 4시간 반동안 재미 있는 화학 이야기에 빠져 있는 사이에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마무리 질문으로 한국 에너지 정책의 개선 방향을 물었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가야할 길에 대해 조언한다면?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 제로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가려면 물을 분해해 생산되는 무탄소 수소 에너지를 쓸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수소 에너지는 사용하면 물이 되고, 다시 분해하면 수소 에너지가 되는 무한한 청정에너지 아닌가? 세계적인 흐름이 이렇게 가고 있으므로 우리 정부의 정책도 기술 선진국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집중적인 투자를 해 첨단기술들을 선점해야 한다.”

—현대차와 같은 기업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한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학계의 연구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회사가 투자해서 이윤이 생겨야 한다. 물분해 가격이 낮아져 값싼 그린수소가 대량 생산될 수 있으면 회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너도 나도 수소 산업에 뛰어들 것이다.

현대차는 수소차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량용 수소 생산 사업도 벌일 수 있다. 석유 시대의 거대 석유채굴업체 같은 역할이다. 우리 나라가 석유 산유국은 못되지만 수소 수출국은 될 수 있다. 또 촉매를 사용해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면서 생산물을 원료로 쓸 수 있다면 기업도 일거양득 아닐까? 기업들도 이러한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는데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교수는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수소차를 앞세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보다 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린수소의 상업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수치로 답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비록 늦기는 했지만, 그것이 가능한 원천 기술은 한국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이효영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 부단장)이 지난 9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물을 분해할 때 그린수소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촉매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 ①/②편으로 되돌아가 보기

(‘이어 보기’ 아이콘이 작동하지 않으면 검색창에 ‘이효영 촉매’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