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미래 수소전략을 발표하고 있다./현대차그룹

현재 세계 최고 부자는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이다. 그의 재산은 약 3000억달러(약 35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가 세계 최고 갑부가 된 동력은 전기자동차라는 새로운 자동차의 흐름을 잘 택해 선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수소차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여러 난관에 부닥쳤다. 수소 산업은 생각만큼 번성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수소차와 함께 전기차도 함께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가 지난 2011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테슬라 공장에서 신차를 발표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정 회장을 난관에 빠트린 수소 산업 성패의 핵심은 수소의 생산 가격이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화석 연료인 석유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키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 반면 수소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에너지이지만 생산 단가가 비싸다. 만약 수소의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그래서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연료비 경쟁력이 있다면? 세계 자동차업계의 대세는 수소차 쪽으로 기울 수 있다. 특히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 제로 2050′ 프로젝트가 전세계적으로 추진중인 점을 감안하면 수소에너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수소차에 일찍 투자해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의 주가가 10배 이상 올라 정의선 회장이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효영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 부단장)는 물을 분해해 그린(녹색)수소를 싼 값에 생산해 낼 수 있는 촉매를 연구한다. 그는 지난해 수소 생산성을 6배 높인 촉매를 개발, 국제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그의 기술이 수소 에너지 응용 분야 중 하나인 수소차의 보급 확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만나 보기로 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2066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 N센터 5층의 연구실에 도착하자, 비오던 하늘이 개어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교정에는 비맞은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뒤섞여 늦가을 정취를 물씬 풍겼다.

이효영 화학과 교수

촉매 등 화학 연구 29년

이 교수 연구실에는 책상 위에 컴퓨터 모니터가 3개, 연구실 중간에 60인치 대형 모니터가 1개 놓여 있었다. 이 교수는 논문도 쓰고 이메일도 체크하는 등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려면 모니터가 여러 개 필요하다고 했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질문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화학 연구를 한 지 몇 년이나 됐나?

“1992년 미국 미시시피대학에서 박사 학위 과정에 들어간 때부터 화학 연구자의 길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올해로 벌써 29년째이다.”

—그동안 주로 연구해 온 분야는?

“유기전계발광(Organic Light Emitting Diode, OLED) 디스플레이 장치의 청색 발광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유기합성, 전기가 잘 통하는 흑연층을 분리해내는 그래핀 플레이크 소재 개발, 공기청정기 등에 쓰이는 가시광 촉매제인 블루 이산화티타늄(TiO₂) 개발, 그리고 그린수소 생산용 촉매 개발 등이다.”

3가지 수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화학 전공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용어들이 이 교수의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교수의 다양한 설명이 한참 이어졌는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날 인터뷰 주제인 그린수소 생산 촉매로 화제를 집중시키기로 했다.

—그린수소 촉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몇 년 전에 실내 조명만으로도 작동되는 ‘이효영의 블루 이산화티타늄’이라는 광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때 광촉매가 수분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기능을 환경 분야에 크게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한 학술대회에서 석유에너지가 50년 지나면 고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촉매 기술을 수소 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유가 다 없어졌다고 상상해 보라. 인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옥수수 같은 먹거리를 생활 에너지의 생산 수단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물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먹거리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청정에너지 시대가 열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캐나다 밴프국립공원 내 루이스 호수./닝첸(위키피디아)

—수소 촉매 연구가 왜 중요한가?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풍부한 물을 분해해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생산되는 수소에는 모두 3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석유-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정제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생수소, 즉 그레이(gray)수소이다.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수소의 10배나 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둘째는 블루(blue)수소이다. 그레이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적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며 생산된 수소를 말한다. 그레이수소보다 탄소 배출은 적으나 생산 단가가 높다.

셋째는 물을 전기분해(수전해) 해서 생산하는 그린(green)수소이다. 그린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포함하지 않는 청정 수소이다.”

생산량 6배 높인 촉매 개발

—그렇다면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하면 될 것 아닌가?

“물분해 비용이 부생수소 생산비용보다 높다. 수소는 용량을 kg으로 표시하는데, 물분해로 생산한 수소의 가격은 1kg당 8000~9000원 정도 간다. 반면 부생수소의 가격은 1500~2000원 정도이다. 그래서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수소는 부생수소이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생각했던 수소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가 수소차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소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면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주의 아나코티즈 정유공장./월터 지그먼드(위키피디아)

—그린수소의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촉매를 개선하면 생산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이것이다.”

—어떤 성과를 냈나?

“기존 촉매보다 원가가 20배 싸면서도 최소 4배 이상 오래 지속되고, 그린수소 생산량은 약 6배 많은 촉매를 개발했다. 물의 전기분해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다.”

촉매의 원리

이 교수가 개발한 그린수소 생산 촉매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소 내용이 어렵더라도 원리에 관해 물어보기로 했다.

—수소 촉매의 작용 원리는?

“물의 전기분해 과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물(H₂O)에 2개의 전극을 넣고 한쪽에는 플러스 전기, 다른 쪽에는 마이너스 전기를 연결하면 마이너스 극에서는 수소(H₂)가 나오고 플러스 극에서는 산소(O₂)가 나온다. 마이너스 전극이 촉매의 도움을 받아 물에서 전자를 빼앗는 과정에서 산소가 만들어지고, 빼앗긴 전자는 플러스 전극으로 이동해 물과 반응해 수소를 생성하는 원리이다. 이 때 마이너스 전극에서는 수소 생산을 위한 촉매로 주로 백금(Pt)을 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소 전극이다. 산소 발생 반응이 매우 느려 전체 물분해 속도가 저하되면서 생산성을 낮추는 원인이다. 생산 속도를 높이는 촉매로 루테늄 산화물(RuO2)과 이리듐 산화물(IrO2)이 쓰이지만, 가격이 1kg 당 7만 달러(약 8200만원)가 넘는데다 24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전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사는 비싼 백금이나 이리듐을 얼마나 적게 쓰느냐, 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촉매 작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 낮은 전압으로 전기량을 적게 쓰면서도 산소와 수소를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 물에 전기를 통과시키면 마이너스 전극에서는 수소가, 플러스 전극에서는 산소가 생성된다. 각 전극 아래에 촉매로 사용되는 금속의 기호가 표시되어 있다./이효영 성균관대 교수

—그래서 어떻게 했나?

“전기분해 과정에서 산소는 4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 중 산소 발생 직전 단계인 OOH*는 안정화가 어려워 다음 단계인 산소 발생 효율이 낮았다. 우리는 촉매 표면에 산소를 미리 흡착하면 OOH*를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표면 산소량을 조절하기 쉬운 코발트(Co)와 철(Fe)의 합금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촉매 결정체에 산소 원자 8개를 붙였을 때 가장 산소 발생량이 높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루테늄(Ru) 원자를 더해 촉매를 개발했다. 루테늄은 화학 반응이 일어날 때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니켈(Ni) 망 위에 그 촉매를 붙여 산소 전극으로 사용했다.

실험을 해가는 과정에서 루테늄은 코발트, 철과 함께 작용을 할 때 나노입자(10억분의 1m)보다 더 작은 단일 원자로 쓰는 것이 오랫 동안 더 안정적으로 촉매 역할을 하면서 20배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산소 발생 4단계 메커니즘. 가로축은 전기분해 중 산소 발생 단계, 세로축은 각 단계의 에너지를 뜻한다. 녹색은 루테늄이 없을 때, 파란색은 루테늄 원자가 있을 때의 에너지 모식도이다. 루테늄 단일원자가 속도 결정단계(Rate Determining Step)에서 에너지 장벽을 줄였다.
위의 그래픽은 산소 발생 4단계 메커니즘. 가로축은 전기분해 중 산소 발생 단계, 세로축은 각 단계의 에너지를 뜻한다. 녹색은 루테늄이 없을 때, 파란색은 루테늄 원자가 있을 때의 에너지 모식도이다. 루테늄 단일원자가 속도 결정단계(Rate Determining Step)에서 에너지 장벽을 줄였다. 아래 그래픽은 촉매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M은 촉매가 된 금속이다. 은색은 루테늄, 코발트는 파란색, 철이 금색, 빨간색은 산소, 작은 흰색이 수소다 수소나 산소 원자 오른쪽 위에 붙은 작은 별 표시는 흡착 분자(adsorb)를 나타내며, 산소생산 과정의 중간체가 금속에 흡착돼 있음을 의미한다./이효영 성균관대 교수

—수소 전극은?

“니켈 망(foam) 표면에 니켈과 몰리브덴(Mo)의 합금이 우둘투둘하게 붙어 있는 촉매를 만들어 썼다.”

—기존 촉매와 어떤 차이가 있나?

“백금, 이리듐, 루테늄보다 저렴한 전이금속인 코발트, 철을 쓰고, 루테늄도 극소량을 썼다. 촉매의 비용이 20분의 1로 줄었다. 반면 생산량은 6배 높았다. 또 기존 루테늄 산화물 촉매는 촉매 자체가 산화가 잘 되어 성능을 24시간 이상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이번에 사용한 코발트-철 합금 촉매는 산화가 덜 되어 100시간 이후에도 구조 변화가 없었다. 이와 더불어 훨씬 낮은 전압으로도 산소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물분해에 사용되는 전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수소 가격 얼마나 싸질까?

이 교수는 사진과 그래프를 60인치 대형 모니터에 띄워가며 새로운 촉매의 원리를 전문용어와 함께 설명했다. 독자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경제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린수소가 대중화되려면 가격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나?

“현재 물분해로 생산되는 그린수소의 가격은 1kg당 대략 8000~9000원이다. 석유의 정유 공정이나 천연가스의 개질 과정에서 나오는 그레이수소는 대략 1500~2000원이다. 전세계 전문가들은 그린수소의 가격이 1kg에 1~2달러(약 1200~2400원) 정도면 가격 경쟁력을 갖고 대중화 될 수 있다고 본다.”

수소에너지는 이미 군사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사진은 2005년 독일의 군항인 킬에서 건조중인 독일의 수소 추진 잠수함./슈탈코허(위키피디아)

—그린수소의 생산 원가를 대략 계산해보자. 새로운 촉매를 이용할 경우 같은 전기량으로 그린수소 생산량이 6배나 된다고 했다. 그러면 가격은 대략 6분의 1로 낮아지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현재 그린수소가 1kg 당 8000~9000원에 팔리고 있으니 6분의 1이면 1500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촉매의 원가도 낮아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실제 생산 원가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수소의 생산, 유통, 판매 단계를 분리시켜 봐야 한다. 우리가 성공한 실험이 현실의 생산 과정에서 그대로 적용된다면 생산 원가 부분은 지금의 6분의 1 이하로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다만 대량생산을 하는 과정은 실험실에서의 실험과 다를 수 있다. 예컨대 대량생산해 판매하려면 양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 투자, 수소의 보관과 운송에 필요한 저장소 및 용기의 제작비, 운반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수소 생산과 유통에 종사하는 인력들의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수소의 가격이 그만큼 낮아질지 어떨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나와 같은 연구자의 영역뿐만 아니라 양산 공정을 설계하는 공학자, 공장을 건설하고 경영하는 기업인, 그리고 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부도 함께 논의하고 실현해 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수소 생산 단계에서는 전기료 부담이 큰 데, 우리가 발명한 새로운 촉매를 사용함으로써 같은 전기를 써서 생산량을 크게 늘릴 뿐 아니라, 저압 전기로도 더 많은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산 단계의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이효영 교수는 학교 연구실에서 앉아 인터뷰하던 도중에 수시로 일어나 백판에 그림을 그리거나 대형 모니터에 사진과 그래픽 자료를 띄워 보여주며 그린수소 생산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김기훈 기자

—크게 볼 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배출되는 부생수소 대신 물로 청정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나?

“엔지니어와 기업인들이 양산할 수 있는 물분해 시설을 경제성 있게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

이효영 교수의 연구 성과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꿀 지 좀 더 가시적으로 느끼기 위해 수소차와 전기차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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