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탄소섬유 제조 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달 탄소섬유 중간재인 프리프레그 사업에 진출했다. 프리프레그는 탄소섬유를 직물 형태로 짠 뒤 일정 비율의 수지를 입힌 제품으로 자동차 부품, 골프채, 낚싯대 소재로 쓰인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이를 위해 지난달 SK케미칼의 울산·중국 칭다오 프리프레그 공장을 300억원에 인수, 탄소섬유 원사에 이어 중간재까지 공급 라인을 강화했다.
전해상(61)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경쟁력 있는 국내 소재 기업 인수⋅합병에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소재 전문 글로벌 기술 기업인 일본 도레이그룹이 100% 투자한 한국 법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조4000억원, 영업이익 3142억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00억원 증가했다. 전 대표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첨단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고 남들보다 앞서 설비투자를 단행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필름 생산에서 세계 최대 규모 단일 공장(경북 구미 공장)을 갖고 있다. 이 필름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핵심 소재다. MLCC는 회로에 전기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전기를 쓰는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전 대표는 “예전에는 휴대전화에 MLCC가 100개 들어갔는데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되면서 1000개, 2000개씩 들어가고, 전기차에는 1만개 이상이 들어간다”며 “고객사들과 제품 개발을 함께 논의하면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MLCC용 필름 생산을 시작한 도레이첨단소재는 잇따른 증설로 현재 국내 수요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전 대표는 선제적인 투자와 뛰어난 제조 능력을 도레이첨단소재의 강점으로 꼽았다. 현장 생산팀장 출신인 전 대표는 “소재 분야에서는 제품 개발력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기능을 정확하게 실현해주는 제조 능력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의 제조 능력은 도레이그룹 전체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시절부터 우수한 현장 직원이 많았고, 사업이 어려울 때도 구조 조정을 하지 않아 현장 직원들의 노하우 축적이 계속 이뤄졌다는 점이 그 비결이라고 전 대표는 말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전 대표 역시 삼성과 도레이가 합작투자한 제일합섬에 1993년 입사한 ‘삼성맨’ 출신이다. 최대 주주가 바뀌면서 회사 이름이 제일합섬에서 새한(1997년), 도레이첨단소재(1999년)로 각각 바뀌었을 뿐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는 탄소섬유를 연간 5000t 생산하는 국내 최대 회사이기도 하다. 수소차에 들어가는 압력 용기의 주요 소재인 탄소섬유는 90%가 도레이첨단소재 제품이다. 전 대표는 “10년 전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연료 탱크인 수소 압력 용기 개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