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는 지난 9월 새로운 장기 경영 계획 ‘비전2030′을 발표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NG를 활용한 콜드체인(냉장 유통 시스템) 클러스터 사업이 대표 사례로, 그간 활용되지 않았던 LNG 냉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NG는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운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영하 162℃로 온도를 낮춰 액화시킨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액화된 LNG를 다시 가스로 사용하기 위해 0℃로 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LNG 1㎏당 약 200kcal의 냉열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LNG 냉열 사업의 핵심이다. LNG가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되는 과정에서 열을 흡수해 주위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간 냉열 에너지는 바다나 공기 중으로 배출돼 따로 활용되지 않았지만, 최근 화석연료에서 천연가스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중요해지면서 LNG 냉열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이미 LNG 냉열을 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초저온 열교환기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가스공사 역시 관련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재활용을 국정 과제로 설정하면서 LNG 냉열 에너지를 2019년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시켰다.
LNG 냉열은 냉동 물류 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 LNG를 활용한 냉동고는 기존 전기 냉동고보다 더 빨리 온도를 낮출 수 있고, 소요 에너지도 상대적으로 적어 전기 사용량을 50~70% 감축할 수 있다. 데이터 센터에도 LNG 냉열이 활용될 수 있다. 데이터 센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해 가동하는 냉각 시스템에 많은 전력이 소요되는데, LNG 냉열을 활용하면 전력 소모를 절감할 수 있다.
LNG 냉열은 최근 중요성이 부각된 코로나 백신의 안정적 보관에도 기여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의 적정 보관 온도는 영하 60~80℃인데, LNG 냉열을 활용하면 보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향후 LNG 냉열을 이용한 초저온 콜드체인을 구축하면 화이자 외에도 보관 온도가 제각각인 여러 종류의 백신을 효율적·안정적으로 대량 저장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LNG 냉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 9월 인천항만공사·EMP벨스타·한국초저온 등 3사와 함께 ‘인천신항 콜드체인 클러스터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주주협약’을 체결하고 LNG 냉열을 활용한 친환경 신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설된 SPC는 인천신항 배후단지에 국내 최초 100% LNG 냉열을 활용한 냉장·냉동 물류창고를 구축하게 된다. 이 창고에는 신선식품 및 냉동식품, 바이오 의약품까지 보관할 수 있다. 한국초저온이 평택 오성물류단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 역시 LNG 냉열을 활용하고 있지만, LNG 기지와 거리가 있어 바이오 의약품을 보관하는 초저온 창고 등 일부 시설에서만 이용돼왔다.
가스공사는 앞으로 국내에서 LNG 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 구축과 LNG 터미널 인근 유휴 부지에 데이터 센터 유치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보유한 LNG 냉열 인프라는 물론, 인천신항 콜드체인 클러스터 사업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LNG 냉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