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줄여주겠다며 2018년 도입한 간편 결제 수단 제로페이가 실제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주로 지역 상품권 구매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6일 국감에서 “제로페이 누적 결제액은 2조6086억원이지만, 이 중 85%는 온누리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 등 상품권 구매 결제에 사용된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앤다는 당초 도입 취지에 매우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제로페이 결제로 이런 상품권을 구매하면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 대부분은 상품권 결제 용도로만 제로페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올 8월 말까지 가맹점 중 결제액이 전혀 없는 곳은 55%에 달하며, 2년 8개월 동안 누적 결제액이 1000만원을 넘는 곳은 4.7%에 불과하다.

제로페이는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간편 결제 시스템이다.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들에겐 제로페이로 결제할 때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중기부는 2019년부터 제로페이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제로페이 전국 가맹점 수는 120만 곳에 이른다. 가맹점 1곳당 1일 평균 결제 금액은 2719원이다. 하지만 실제 고객이 가게를 방문해 제로페이로 결제한 금액은 402원(15%)에 그친다. 나머지는 지역 상품권으로 결제된 것이다. 지금까지 중기부가 약 300억원, 서울시가 18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제로페이 사업에 투입했지만, ‘수수료 없는 결제 수단’으로선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또 제로페이 앱을 운영하는 업체는 43개 있지만, 실제 상품권 구매의 86.5%는 비즈플레이·쿠콘이라는 두 회사를 통해 이뤄진다. 한무경 의원은 “이 업체들은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이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업체의 관계사”라며 “제로페이 상품권 판매 수수료 수익의 상당수가 이 두 업체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한 의원 질의에 대해 “제로페이 출범 당시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나와 관계가 있는 업체들에 참여를 독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