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최강자였던 월마트는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2000년대 후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던 월마트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것이다. 2009년엔 시총 기준 글로벌 10위 밖으로 밀려났고 2016년에는 연매출이 35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월마트는 2016년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이다. 2016년 9월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했고, 2017년에는 슈바이·무스조 등 온라인 패션몰과 온라인 남성복 스타트업인 보노보스도 인수했다. 2018년에는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도 사들였다.
또한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도 이를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전략을 취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와 온라인 주문 물품을 매장 직원들이 고객의 차까지 실어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아마존과 배송 경쟁을 위해 미 전역에 구축한 물류센터를 온라인 물품 배송에 활용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의료·미용·송금 등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퍼센터’로 확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니만마커스·JC페니·센추리21 등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상황에서도 실적이 성장했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매출은 1383억1000만달러로 컨센서스인 1319억7000만달러를 넘어섰고, 주당 순이익은 1.69달러로 시장 예상치(1.21달러)를 웃돌았다.
월마트는 기업에 변화와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월마트가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오프라인 사업에만 집중했다면 지금과 같은 실적 반등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수소 시대의 도래, 위드 코로나라는 글로벌 산업의 대변혁기를 맞아 앞다퉈 혁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의 성장 전략을 벗어던지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해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국내 기업들은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기업이 휘청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수소·전기차·우주산업·바이오·친환경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대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이수그룹, 일진, E1, 고려아연, 삼성물산 등 국내 15개 대기업은 최근 수소기업협의체를 만들었다. 수소를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키우기 위해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뭉친 것이다. 기존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배터리 3사뿐 아니라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등은 배터리 소재 쪽으로 투자를 늘리며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SK그룹 내 바이오 계열 3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도 바이오 부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제도와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산업용 로봇 등 7개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 1위 산업은 5년 뒤에도 현재와 같은 1개에 그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5G) 등의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며 “급변하는 시장의 변화를 사업 모델에 반영할 수 없게 만드는 경직된 제도, 과도한 규제가 큰 장애물이 되고 있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실효적인 지원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