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를 비롯해 석탄⋅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있지만, 탈(脫)탄소를 이유로 유전 등 화석 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브렌트유는 28일 장중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9.09달러에 마감됐다.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75달러를 넘어 1년 새 배(倍)로 뛰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의 연말 가격 예상치를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석유 가격뿐 아니다. 석탄 가격도 1년 새 3배 수준으로 치솟았고, 천연가스도 미국에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로 정책을 전환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미리 반영되는 가운데 투기적인 수요까지 붙으면서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북미 지역에서 허리케인 ‘아이다’ 영향으로 생산 차질이 이어진 데다 오펙 플러스(OPEC+)도 예상보다 큰 폭의 감산에 합의하면서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각국이 급격하게 재생에너지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원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개발 투자를 줄인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신규 투자가 급감한 것이 1년 만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온 러시아도 현재 천연가스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겨울 강추위가 오면 천연가스는 물론 대체 자원인 석유 가격까지 동시에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세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력난이 심해지면서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전기 부족으로 갑작스러운 단전이 잇따르고 있는 중국은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제련소 등의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전력 부족 사태가 계속될 경우 철강과 알루미늄의 글로벌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현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콩⋅옥수수⋅소맥 등 농산물 가격도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