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전문점 SPC는 최근 원료 수급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견과류·버터·밀가루 등 주요 원료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발 물류 대란과 동남아시아 공장들이 코로나로 셧다운되면서 혹시나 제품을 제때 공급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오리온의 중국 선양 공장은 지난 27일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중국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중국 당국에서 사용 제한 조치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오는 30일까진 공장 가동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현지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애쓰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해운 대란으로 원자재와 완제품 수출입에 차질을 빚고, 중국에 있는 국내 공장들도 전력난으로 가동을 멈추는 곳들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로 생산 거점인 베트남 호치민 등의 봉쇄 조치가 길어지면서 전자 부품과 의류 등의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료 수급도 제품 조달도 마비… 국내 업체들도 아우성
28일 경기도 광명 이케아 매장에선 일부 침대·의자 프레임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이케아 측은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신상품을 들여오는 과정에 차질이 있다”고 했다.
국내 코스트코 매장에선 미국산(産) 식품 보관 식기나 랩 종류 제품 일부를 일주일 넘게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양재동 매장의 한 직원은 “미국에서 들어오는 제품 수급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최근 ‘Z폴드3′와 ‘Z플립3′의 흥행에 성공한 삼성전자도 최근 물류 사슬이 끊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물량 수급이 제때 되지 않아 출시에만 4주 이상 걸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갤럭시S21FE(팬에디션)’ 출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맥도널드 등 일부 프랜차이즈 식품 업체는 감자튀김·핫케이크·해시브라운 같은 제품 공급이 들쑥날쑥해 매장 곳곳에서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측은 “모자라는 품목은 치킨 너깃이나 치즈 스틱 등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이랜드·코오롱 FnC 같은 국내 패션 업체들은 베트남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을 예상해 생산량 일부를 다른 지역 공장으로 돌려놓는 방법을 쓰고 있다. 제품 운송비가 3~4배 비싼 비행기로 운송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만들 수도 보낼 수도 없다”
공급망 붕괴 충격은 글로벌 업체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대형 마트 체인점 코스트코는 지난 23일 “화장지·키친타월·생수 등 일부 품목의 1인당 구매 한도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오는 일부 생필품 공급망이 컨테이너선 부족 사태로 끊겼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앞으로 1년 동안 소형 컨테이너선 3척과 컨테이너 수천 개를 임차해 아시아에서 미국과 캐나다로 물품을 직접 운송하겠다”고 했다. 미국 월마트와 홈디포도 최근 잇따른 물품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자체 공급망을 뚫고자 배를 직접 빌리겠다고 나섰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급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미국에선 상품 가격과 운송비가 치솟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작년 초까지 4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중국 상하이에서 뉴욕까지 보내는 데 2000달러 정도가 들었으나, 최근엔 1만6000달러까지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 가격이 이미 예년보다 25%가량 비싸졌다고 보도했다. 나이키는 연말 쇼핑 시즌에 팔 운동화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나이키 측은 “추가 운송료와 물류비, 항공 이송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하반기 가격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물류 기업 페덱스도 인력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만간 운송비를 5.9~7.9%가량 인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