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완료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올해 안에 인수 작업 마무리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국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 연말부터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국 가운데 9국으로부터 아직 인수 합병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수혈하려던 계획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늦어지고,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기업결합 심사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대한항공은 국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두 항공사 합병으로 특정 노선의 독점이 심화돼 항공권 가격 상승 등 소비자 편익이 침해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미국·유럽연합(EU)·일본·한국 등 14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현재까지 기업결합을 승인한 국가는 터키·대만·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뿐이다. 14국 모두 기업결합을 승인해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완료되지만, 한국과 미국·EU·일본 등 주요국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은 두 회사의 중복 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의 우려가 있다’며 무조건 승인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기준 67개 노선이 중복되는데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이 노선들에서 다른 항공사 대비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놓고 부처 간에 엇박자도 나고 있다. 합병을 주도한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산업 재편의 문제인 만큼 (공정위가) 전향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인수가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내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하면 외국 경쟁 당국도 승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사 합병의 경우에는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국내외 경쟁 당국뿐 아니라 교통 당국 간 합의도 필요하다”면서 “현 상황에서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올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자금 수혈도 늦어져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 수혈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유상증자로 3조3000억원을 확보한 대한항공은 인수 대금 1조8000억원 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아시아나에 1조원을 지불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어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참여해 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돈으로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 5조1900억원 중 일부를 갚고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가 연기되면서 이 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진에어(한진칼 자회사)·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 자회사)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이 저가항공사들은 코로나 이후 분기마다 수백억원대 적자를 보며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그동안 미국·유럽 대형 항공사의 수많은 합병 사례가 있었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슬롯(이착륙 시간대) 점유율도 40%대에 불과해 독과점 우려가 크지 않다”면서 “기업결합 승인이 빨리 나와야 국내 항공산업 구조조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