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효성그룹의 섬유 회사 효성티앤씨는 영업이익률 16.9%을 기록했다.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섬유 산업에서 기록적인 수치다. 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률(17%)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포스코(10.9%)보다도 높다.
이 회사 대표 상품은 스판덱스. 합성섬유인 스판덱스는 원래 길이의 5~7배로 늘어나고 원상 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뛰어나다. 부가가치가 뛰어나 ‘섬유의 반도체’라 부른다. 의류에 3~8% 정도만 들어가도 활동성과 구김 방지 등 옷의 기능을 높인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 1위(33%)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1위 스판덱스를 키운 10년간의 기술 집념
15일 효성티앤씨 본사에서 만난 김용섭(59)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스판덱스가 필수적으로 쓰이는 요가복, 스포츠복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 6~7% 수준이던 스판덱스 시장 성장률이 지금은 10% 이상으로 뛰었다”며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스판덱스 가격도 ㎏당 4~5달러에서 14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판덱스의 주 원료 물질(PTMG)도 함께 생산하고 있어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며 “효성은 전 세계 스판덱스 회사 중 PTMG를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1990년대 초반 ‘Q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스판덱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1년 Q1프로젝트에서 2000년 Q6프로젝트까지, 횟수가 더할수록 독자 기술이 쌓였다. 첫 10년간은 거의 돈을 벌지 못했지만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은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판덱스 수요는 커질 것”이라며 연구 개발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Q프로젝트팀은 효성그룹이 기술 개발이나 영업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둔 임직원에게 주는 효성인상을 가장 많이 받은 팀이 됐다. 김 대표는 “기술과 품질에 대한 집착은 효성의 DNA”라고 말했다.
효성은 2009년 원료 생산 사업에도 뛰어든다. 독자 기술을 확보하자, 다른 스판덱스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원료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벼를 키워본 사람만이 품종 개량 같은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하듯이 원료 생산까지 해야 혁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로 빠르게 공급
스판덱스는 수영복에 많이 쓰이지만, 수영장의 염소 성분에 약해 자주 구멍이 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발견한 효성티앤씨는 염소에 강하고 물에 자주 닿아도 색이 빠지지 않는 스판덱스를 내놓았다. 오랜 기간 축적한 독자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다른 성공 포인트는 해외 고객들과 맺은 탄탄한 관계다. 김 대표는 “스판덱스는 중간재이기 때문에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고객사들 가까이에서 그들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납기일을 잘 지켜 신뢰를 쌓는 것이 목숨처럼 중요하다”며 “주요 대륙별로 공장을 총 10곳 지어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갖춘 전략이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인도에 각각 공장을 지었다. 최대 섬유 시장인 미주를 겨냥해 브라질 공장을,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터키 공장을, 봉제 시장이 큰 아세안 시장을 타깃으로 베트남 공장을 지었다. 김 대표는 “해외 공장에 사람을 보낼 때 가장 우수한 직원을 보냈다”며 “우리는 단순히 인건비가 싼 지역을 찾아간 게 아니라 고객 회사들과 협업, 신뢰 관계 구축에 더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섬유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내에 패션디자인센터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옷을 만드는 사내 벤처 회사도 설립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페트병, 나일론 어망에서 실을 뽑아내는 친환경 섬유 브랜드도 육성 중이다. 스판덱스 세계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