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3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소재 분야를 3대 미래 사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특히 블루수소와 친환경 소재 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블루수소 사업
정유 공장은 정제 공정에 투입하기 위해 수소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다. 친환경 블루수소 사업을 위해서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회수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대 액체 탄산 제조업체인 신비오케미컬과 수소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전량을 회수,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용 탄산가스와 드라이아이스 등을 제조하는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가동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 협력을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전량을 회수해 제품화하게 된다. 국내 정유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기존 수소 제조 공정이 블루수소 생산 기지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8월 DL이엔씨와 ‘탄소저감 친환경 건축소재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화 제품을 생산하는 CCU(탄소 포집∙활용)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내 연간 10만t의 탄산화 제품 생산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최대 60만t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는 소나무 10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 양으로 CCU 설비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생산된 탄산화 제품은 시멘트, 콘크리트, 경량 블록 등 건축 자재의 대체 원료로 공급된다. 석고∙석회광산에서 석고, 탄산칼슘을 직접 채굴하는 것에 비해 환경 파괴가 적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온실가스 저감, 자원 재활용, 환경 보존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향후 기존 탄산화 제품을 건축 자재 원료인 무수석고와 고순도 탄산칼슘으로 분리·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고순도 탄산칼슘은 종이·벽지 등 제지산업의 원료로도 사용돼 부가가치가 높다.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 추진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하며 수소 밸류 체인에 본격 탑승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낸 ‘연료전지 개요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30년 5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내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해질막, 기체 확산층 등 주요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안에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는 이미 지난달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안에 구축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중앙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세계 각국의 내연기관차 감소 정책, 전기차 배터리 대비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점 등을 고려, 올초 사업 진출을 확정하고 1단계로 현재 분리막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분리막은 전해질막의 강도를 좌우하는 뼈대로서 연료전지 시스템의 출력 향상과 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재다. 수소가스에서 분리된 전자의 이동은 막고 수소이온만 선택적으로 이동시켜 주는 전해질막은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현대오일뱅크는 우선 올해 안에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과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공동으로 실증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2단계로는 내년부터 전해질막까지 사업을 확대해 부품 국산화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만 연간 매출 5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 이상을 창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체 확산층, 전극 분리판 등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전반을 포괄하는 단위셀 사업과 건물, 중장비용 연료전지 시스템 사업 진출도 검토하기로 했다.
◇고순도 수소 연료 생산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필수인 고순도 수소 연료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금까지 자체 생산한 연 20만t의 수소를 활용해 왔다. 이를 수소차 연료로 쓰려면 순도를 99.999%까지 높여야 한다. 차량용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국내 정유사 중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만들 수 있는 고순도 수소는 하루 최대 3000㎏으로 현대차 넥쏘 6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연료인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고 연료전지까지 수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그룹 차원의 수소 경제 강화 노력과도 일맥상통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는 수소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전국 180개 수소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남동발전과는 수소연료전지발전 사업도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사장은 “최근 온실가스 자원화, 바이오 항공유 등 친환경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 3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