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가 주류가 되는 미래 전력시장에선 대형 원전보다 소형모듈원전(SMR)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출력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 임채영 소장)

조선일보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에너지산업 콘퍼런스’에서는 탄소중립과 미래 에너지 산업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SMR의 기술 개발 현황과 전망 및 전략,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전력시장의 과제와 혁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 사태에 따라 일반 참석자 없이 발표자와 토론자 등 7명만 참석했다. 대신 토론 장면은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영상 축사에서 “탄소 중립은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며 “재생에너지와 수소뿐 아니라 에너지 IT 등 디지털과 주력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선일보 에너지산업 컨퍼런스에서는 탄소 중립과 에너지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손양훈 인천대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 조홍종 단국대 교수, 권기영 에너지기술평가원장, 임채영 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 박종배 건국대 교수. /고운호 기자

◇“탄소중립 어떻게 가능할까” 열띤 토론

이날 토론에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미래 원전으로 불리는 SMR의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이 벌어졌다.

권기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글로벌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단가 추세를 소개했다. 권 원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총 261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추가된 반면 화력발전은 60GW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재생에너지로의 대규모 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최근 10년간 태양광의 발전단가는 82%, 풍력은 38% 하락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급속도로 확대하다 보니 환경 훼손 등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발생했다”며 “재생에너지 보급의 속도도 조절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임 소장은 또 “SMR은 전력 생산과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여러 분야에서 유연하게 활용 가능하다”며 “입지 제약이 적어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정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암모니아 발전, 수소 환원 제철 등 저탄소 기술을 총망라했지만, 이런 기술들은 상용화 단계에 훨씬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개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비용과 관련한 문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직적 전력시장 개편 필요

한국의 전력 시장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2050 탄소중립 추진으로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실시간 가격 입찰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력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전기를 포함해 한국의 에너지 부문은 전통적으로 공기업이 담당하는 규제 산업이어서 가격이 왜곡되고, 투자를 통한 신산업 육성에도 한계가 있다”며 “과감한 규제 개혁과 민간 개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탄소중립은 향후 전력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여전히 독점 사업자인 한전이 전력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전은 적자가 심하고, 전기요금도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