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한 연구원이 4㎏짜리 선물세트가 담긴 종이 쇼핑백 손잡이를 쇠사슬 끝에 걸어 공중에서 상하좌우로 빠르게 흔드는 실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종이 쇼핑백이 선물세트의 무게를 어느 정도 견디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패키징팀 연구원 30명을 모두 추석선물세트 내구성 실험에 동원했다. 종이 쇼핑백 손잡이가 어디까지 충격에 견디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에선 종이 쇼핑백만 1000개가 넘게 끊어졌고 캔햄도 수천개가 파손됐다. 선물세트 박스에 인위적인 진동을 가하면서 배송 차량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선물세트 종이 박스를 1.2m 높이에서 떨어뜨릴 때 내용물이 얼마나 망가지는지도 반복 실험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고객의 눈에는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종이로 무거운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제품마다 모양도 달라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식품 업계가 친환경을 위해 종이 포장재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내용물 보호 기술을 개발하고 비용 절감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동원 F&B는 종이 포장재를 적용하면서 내구성 실험을 위해 종이 분석만 수십종을 했다. 가장 튼튼하다고 판명된 종이 포장재 조합을 3가지 찾아내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사내 연구원 10여 명의 집에 완성된 포장재로 만든 선물세트를 미리 배송한 뒤 얼마나 파손됐는지도 확인했다. 동원 F&B 측은 “선물세트는 택배 배송 과정에서 망가지는 일이 가장 많아서 이를 대비해야 했다”고 했다.
롯데푸드는 올해 34종 선물세트 모두를 친환경 종이 포장재로 바꾸면서 비용이 5%가량 늘어났다. 포장 인력은 평소의 30%가 더 들었다. 이런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포장 방식을 바꿔 포장의 크기를 11~32%까지 줄이기도 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종이 포장재로 인한 파손을 줄이기 위해선 유통 단계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식품회사들이 무거운 추석선물세트의 경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판매에 더 집중하는 데는 종이 포장재 사용 확대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