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에서 4년 동안 감성주점을 운영해 온 윤모(37)씨는 지난 6월 버티다 못해 폐업 신고를 했다. 윤씨는 “임대료가 한 달에 770만원인데, 10개월 이상 밀리게 되니 건물주가 폐업 신고를 해 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장사를 시작할 때 투자했던 권리금 8000만원은 돌려받을 길이 없게 됐고, 갚아야 하는 빚만 1억원 이상이라고 했다. 지금은 지인의 가게 일을 돕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윤씨는 “5차 재난지원금은 7월 6일 기준 영업 중인 업체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받지 못했다”며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폐업했는데 정부로부터 재기를 위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폐업 순간 신용불량자 나락으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데다, 대출 금리까지 인상되자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은 예상만큼 많지 않다. 막상 폐업을 하게 되면 윤씨처럼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서류상 폐업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문을 닫게 되면 각종 대출을 일시에 상환해야 해 생계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지금 한국에서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는 신용불량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을 계속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부터 자영업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5차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이 대표적 사례다. 지원 요건 가운데 2021년 7월 6일 기준 폐업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집합금지·영업제한 등 조치가 작년부터 이어지면서 장기간의 영업 손실을 견디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폐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들은 지원금 대상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소상공인 관련 단체는 지난 23일 “희망회복자금 지급 요건을 지난해 8월 16일부터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사업자들로 완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의 폐업 자영업자 지원 제도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희망리턴패키지’ 제도와 50만원의 폐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이 있다. 희망리턴패키지는 코로나 이전인 2015년부터 운영돼 왔다. 폐업하려는 자영업자에게 점포 철거비 지원·사업 정리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재창업·업종 전환 교육 등을 실시하는 제도다. 폐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은 정부가 올초 지급한 3차 재난지원금에서 도입됐다. 폐업한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 대신 5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폐업 자영업자 지원책 절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으로 폐업에 이르게 된 자영업자를 지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창업을 하려는 자영업자는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지원 액수와 동일한 금액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점포 철거비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지만, 업계에선 상가 내 점포를 폐업한 후 인테리어를 원상 복구하는 데 있어 평균적으로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본다. 50만원의 재도전 장려금은 한 달 생활비로 쓰기에도 모자라다. 차남수 본부장은 “본인의 상황에 따른 폐업이라면 별도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한 폐업인데도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외려 폐업하지 않고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부담하며 휴업 상태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폐업하게 되면 대출금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고 권리금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폐업 신고를 한 전국 일반 음식점은 5만4437곳으로 2019년(5만9530곳) 대비 8.6%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일반 음식점 폐업 신고도 1만1437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 줄었다.
◇폐업 자영업자 지원하는 일본
코로나로 인해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에게 업종 전환이나 생계 유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들도 있다. 일본은 경영상 한계에 봉착한 중소기업·음식점을 위한 ‘사업재구축 제도’를 코로나 이후에 신설했다. 코로나가 확산된 작년 4월 이후 6개월 연속 매출이 크게 하락한 자영업자들이 대상이다. 경영 컨설팅을 받아 사업 계획을 짜서 일본 경제산업성에 지원을 신청하면 직원 수에 따라 100만~8000만엔까지 보조금을 받고 업종 전환에 나설 수 있다. 경제산업성은 “옷가게를 인터넷 판매·구독 형식의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를 로봇 부품 제조업체로 전환하는 식으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캐나다는 코로나로 인해 실직하거나 수입이 50% 이상 감소한 이들에게 2주마다 600~1000캐나다달러(약 55만~92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거나 폐업한 자영업자들도 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폐업하더라도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며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