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회사 LF는 자사의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의 비건 립밤 신상품 2종을 지난 23일 선주문 공동구매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에서 먼저 공개했다. 1700개까지는 본래 3만3000원짜리인 제품을 2만6400원에 살 수 있다. 29일 오전까지 1139명이 주문했다. LF 측은 이미 공동구매에 참여한 이들이 목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주변에 소문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F 측은 “공동구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낼 수 있다”며 “공동구매가 고객과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맘카페나 일부 직구 커뮤니티에서 주로 하던 공동구매가 최근 이커머스의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호텔 객실부터 각종 아이디어 상품, 주식·예술작품을 살 때도 공동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구매자들이 스스로 사람을 여럿 모아서 판매자와 할인 가격으로 상품을 거래했던 것이 기존 공동구매 방식이라면, 최근엔 판매자들이 거꾸로 나서 고객을 모집하고 할인 가격을 제시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 이외 업종도 공동구매 방식을 활용하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생기고 있다.

◇MZ세대가 주도하는 ‘공구’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27일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객실 패키지를 비수기 평일에 이용하는 조건으로 29만9000원에 내놨다. 5성급 호텔인 그랜드하얏트제주가 30만원 아래로 객실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9월 5일까지 최소 3000명에게 판매하는 것을 목표했는데 지난 이틀 동안에만 1095명이 주문했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그간 TV홈쇼핑 등을 통해 객실을 6만2800실가량 팔았지만, 사전 공동구매 형식으로 객실을 판 건 처음”이라며 “20~40대 소비자를 겨냥했는데 반응이 빠르다”고 했다.

공동구매 어디까지

미쉐린 스타셰프의 디저트도 공동구매로 사기도 한다.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만든 돌하르방 디저트 등 2종을 2만3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가까운 친구끼리 채팅을 통해 상품을 공유하고 같이 사는 방식의 공동구매 플랫폼 콸콸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구매는 돈을 먼저 받고 주문을 시작하는 형태인 만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선 실험적이고 신선한 상품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30대 젊은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이유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선주매 공동구매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의 지난 2분기 기준 국내 월 순 이용자 수는 4662만명. 이 중 절반 가량이 20~30대다.

◇주식·미술품도 끼리끼리 산다

공동구매의 대상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상품 공동구매 서비스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동구매가 가까이 사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끼리 확대되는 일종의 ‘하이퍼로컬’ 형태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주목한 것이다.

미술품이나 주식를 공동구매로 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트앤가이드’나 ‘소투’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으로, 1000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나눠 ‘조각투자’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트앤가이드가 최근 판매한 일본 유명 작가 야요이 구사마의 원화 작품 ‘호박’은 5억2000만원에 공동구매를 시작했는데 1분 만에 마감됐다. 일부에선 비상장 주식도 공동구매로 산다. 플랫폼 ‘엔젤리그’는 비상장 주식을 조합 형태로 같이 구매해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