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롯데벤처스를 중심으로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푸드테크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19년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 방문 후 가진 회의 자리에서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분야다.
롯데벤처스는 지난 6월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특화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미래식단’ 1기로 5개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미래식단은 롯데그룹과 F&B 비즈니스 플랫폼 위쿡,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푸드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스타트업으로는 고급 배양육을 개발하는 ‘팡세’, 연화기술(SofTech) 등 원천기술을 활용한 식음료를 개발하는 ‘라피끄’, 신선식품 유통·보관 시 누적 온도를 확인하는 스티커를 만드는 ‘뉴처’가 있다. 공유농장 기반 제철나물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고기 숙성 기술을 갖춘 ‘한우연’도 이름을 올렸다.
선발된 5개 기업은 롯데벤처스로부터 5000만~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12주간 운영되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롯데중앙연구소의 연구·개발(R&D)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GRS 등 롯데그룹 계열사 제품화·양산화 지원도 받게 된다.
지난 6월 29일 롯데중앙연구소는 미래식단 1기에 선발된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식품 개발에 적용되는 다양한 첨단 설비를 소개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 연구개발기술이 집약된 종합식품연구소로, 그룹 외부에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신 설비를 갖춘 연구시설과 우수한 식품 전문 연구진을 보유해 롯데 식품 계열사 제품 R&D와 식품 위생 안전 관리를 담당해왔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식품 개발에 적용되는 다양한 첨단 설비를 둘러보고, 협업 방안을 타진했다. 이 자리에서는 세균, 바이러스 등 인체의 각종 미생물이 제품 섭취 때 어떤 효능을 가지는지 분석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설비와 주관적인 관능 평가를 객관화하는 뇌파 측정기, 전자혀, 전자코 등 첨단 분석 장비가 소개됐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앞으로 제품개발 노하우 공유, 제품 분석 등의 지원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롯데벤처스는 지난 2016년 설립 이래 다양한 푸드테크 관련 스타트업 15곳에 투자를 해오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152억원 규모의 롯데농식품테크펀드도 마련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식품 산업에 투자하고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롯데농식품테크펀드로부터 첫 투자를 받은 업체는 대체식품 스타트업 ‘더플랜잇’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순식물성 마요네즈 ‘잇츠베러마요’가 있으며, 계란을 대체한 간식 ‘잇츠베러크래커’, 우유 대체 음료 ‘잇츠베러카페’, 순식물성 도시락 ‘잇츠베러 어스밀’ 등 총 10여개 대체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벤처스는 최근 국내 최대 HMR 푸드테크 업체인 ‘프레시지’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해조류를 활용한 육류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HN노바텍’, 천연 생약성분 등을 활용해 구강 탈취제를 개발하는 ‘바른’ 등이 롯데벤처스의 투자를 받았으며 롯데 계열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한편 롯데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하며 식품 계열사들에 제품을 공급·유통하고 있다. 2019년 롯데중앙연구소와 롯데푸드는 2년간 연구개발 끝에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제로미트’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밀, 통 단백질을 기반으로 만들어 실제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구현해냈다. 밀 단백질로 쫄깃한 닭고기의 식감을, 콩 단백질로는 돼지고기나 쇠고기의 포슬한 식감을 구현했다. 롯데지알에스는 지난해 롯데리아를 통해 ‘미라클버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국내 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 빵, 소스로 만든 대체육 버거다.
롯데칠성음료는 2018년부터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사내벤처 3기로 선발돼 1년간 육성한 사내벤처 ‘워커스하이’를 독립법인으로 분사시키는 결실을 얻었다. 워커스하이가 제공하는 플랫폼 ‘오피스 미니바(Office Minibar)’는 사무실 환경에 맞는 맞춤형 매대를 통해 식품 및 소비재를 판매한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맞춤형 서비스와 쿠폰, 스탬프 적립 등 다양한 구매 혜택과 정기구독 서비스 등으로 고객관리까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워커스하이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롯데칠성음료로부터 사내벤처 분사에 따른 5억원의 지분투자를 받으며, 롯데벤처스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