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SSF샵은 지난달 모바일 앱을 리뉴얼했다. 새 앱에는 SSF샵에서 판매하는 옷들을 조합해 만든 6억개의 코디네이션(coordination·전체적인 조화를 따져 의상을 갖추는 것)이 장착됐다. 온라인 회원 200만명의 데이터와 패션 전문가 100명이 추천한 40만개의 의상 코디 정보를 결합해 만든 것이다. 쇼핑몰에서 셔츠 한 장을 골라도 AI(인공지능)가 소비자의 성별·연령·성향에 맞춰 6억개 코디 가운데 해당 셔츠에 어울리는 외투·바지·신발 조합을 8가지 버전으로 제시한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관계자는 “의류 매장에 들어서면 어울리는 옷을 센스 있게 추천해주는 유능한 점장의 역할을 AI가 대신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대면 쇼핑의 장점을 누릴 수 있도록 AI 기능에 신경 썼다”고 했다.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패션 온라인몰 간 AI 딥러닝(기계학습)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패션회사들이 감각 좋고 사교적인 점장들을 억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였다면, 패션업체들은 이젠 ‘센스 있는 AI’를 디지털 쇼핑에 도입하기 위한 기술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잘 키운 AI, 열 명 점장 안 부럽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는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AI 기술을 활용한다. 온라인몰에 접속한 고객이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고 마우스로 무엇을 클릭하는지를 분석하는 ‘동선 추적’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상품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You may also like(당신이 또 좋아할 만한 것)’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 도입 이후 연관 상품에 노출된 제품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구매 전환율)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SSF샵 역시 지난 7월 리뉴얼하면서 강화된 AI를 도입한 이후 매출이 40%가 넘게 늘었다.
온라인 편집 쇼핑몰 ‘무신사’는 840만명의 회원이 각각 구매한 내역과 그들이 브랜드나 상품에 ‘좋아요’를 표시했던 이력을 기반으로 해당 고객이 원할 것 같은 상품이나 브랜드를 추천하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AI의 치밀한 추천은 상품 반품률을 줄이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LF가 운영하는 ‘LF몰’에서 취급하는 제품은 약 100만여 점. 상품마다 많게는 2000개의 리뷰가 달려있는데, 이를 모두 분석해 ‘최적의 추천’을 위한 데이터를 뽑아낸다.
◇실제 입어본 듯 ‘딱 맞는 의류’ 추천도
LF몰은 2018년 패션 스타트업 ‘클로버추얼’과 손잡고 3D(입체) 피팅 시스템을 도입, 몸에 꼭 맞는 의류 추천 기능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3D피팅 시스템은 소비자가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입력해놓고 어떤 옷을 고르면, 몸에 너무 딱 맞아 불편할 것 같은 부분은 붉은색으로, 옷이 너무 커서 공간이 남을 것 같은 부분은 푸른색으로 표시해준다.
무신사의 AI도 소비자가 미리 등록해 놓은 신체 정보에 따라 특정 제품을 선택할 때마다 그 옷이 맞는지 여부를 즉각 알려준다. 입고되는 옷의 치수를 ‘100호’ ‘105호’나 미디엄(M) 라지(L) 같은 통상적인 사이즈뿐 아니라 부위별 길이(cm)까지 모두 입력해 “이 옷은 허리는 잘 맞지만 소매 길이는 좀 길 수 있다”라고 알려주기까지 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