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새로 채용하겠다는 역대 최대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 결정을 주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개적 외부 활동 없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광복절 연휴를 포함해 하루도 빠짐없이 삼성전자 사장단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소그룹 면담을 하면서 주요 현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 등 사업 부문별로 별도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 업무 일정을 외부로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초엔 가석방 직후 반도체 사업장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 라인을 방문해 본격적인 경영 재개를 알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매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해 현안 보고를 받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다음 주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 사업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 역시 외부에는 알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일부 시민 단체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취업 제한 논란 등을 의식한 신중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을 당시에도 한 달 넘게 정중동 행보를 하다가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난 바 있다. 그가 매년 명절에 해외 사업장 점검이나 주요 거래처 만남을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선 만큼, 오는 추석 연휴에도 해외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200일 넘게 수감 생활을 한 이 부회장으로서는 당장 현안 보고를 받을 분야가 다양하고 매주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본격 외부 경영 행보에 나서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