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기업 휴젤을 인수해 의료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 GS그룹은 싱가포르펀드 CBC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휴젤 지분 46.9%(전환사채 포함)를 1조7240억원에 인수한다고 25일 밝혔다.
GS그룹은 그동안 화학제품이나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는 ‘산업 바이오’ 사업을 해왔지만, ‘의료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GS 측은 “휴젤 인수는 그룹의 바이오 사업 다각화로 미래 신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GS그룹은 지난해 1월 허태수 회장 취임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허 회장은 “휴젤을 GS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업으로 육성해 미래 신성장 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GS, 보톡스 기업 휴젤 인수해 바이오 진출
지주회사인 ㈜GS는 휴젤 인수를 위해 CBC뿐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휴젤 지분 46.9%를 인수했다. ㈜GS는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인수 작업은 지난해 9월 ㈜GS 미래사업팀장을 맡은 허서홍 전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휴젤경영은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GS도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한다.
GS가 의료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며 휴젤을 택한 것은 검증된 제품력뿐 아니라 글로벌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휴젤은 국내 의료 미용 시장에서 1위일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28국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해 있다. 앞으로 3년 이내에 59국으로 진출 국가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 목적뿐 아니라 근육 경직 등 난치병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특히 선진국 보톨리눔 톡신 시장은 치료용 시장(55%)이 피부 미용 시장(45%)보다 더 커 향후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의료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번 개발하고 나면 균주를 배양해 양산만 하면 되는 보톨리눔 톡신 사업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며 “GS그룹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 지역을 대폭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벤처캐피털 투자로 사업 확장
이번 인수를 계기로 GS그룹은 바이오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GS그룹은 18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인 GS퓨처스를 설립했다. GS퓨처스는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바이오·기후변화 관련 펀드에 투자했다. 또 GS그룹은 올해 초부터 ‘더 GS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6사를 선발해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GS그룹의 각 계열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GS그룹이 이처럼 바이오 기업 투자·지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 GS그룹은 에너지·유통·건설 등 전통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지만, 수소·전기차·바이오·친환경·로봇·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산업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사이 2005년 12위에서 2017년 7위까지 올랐던 대기업 집단 순위는 8위(2019년)로 하락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도 2018년 4조799억원을 기록한 뒤 2019년 3조9959억원, 지난해 3조25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허태수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외부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GS리테일과 GS칼텍스·GS에너지 등 계열사들도 올해 들어 요기요(배달)·부릉(배달대행)·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 택시·대리)와 같은 플랫폼 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주력인 정유·건설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어 사업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신사업 투자를 통해 그룹의 중심축을 옮겨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