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주요 공장 가동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해 있는 국내 패션·IT 중소기업들도 원자재 수급난과 현지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3일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해상 노조원들은 파업을 결의했다. 중소기업들은 선박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HMM 파업으로 물류 대란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변이 확산에 동남아 공장 세우는 패션 업계
베트남 일일 확진자가 1만명이 넘는 등 코로나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시는 23일부터 시민들의 외출을 전면 금지했다. 삼성전자의 가전 공장을 비롯해 국내외 의류·신발 공장들이 몰려있는 호찌민시가 봉쇄되면서 해당 지역에 공장을 둔 업체들은 물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내 기업들의 생산 물량은 평소 대비 약 30~80% 수준으로 하락했다.
호찌민에 공장을 갖고 있는 이랜드의 생산 물량도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랜드 관계자는 “가을용 제품의 경우 어떻게든 주문 물량을 맞추고 있지만, 지금처럼 강력한 통제가 계속되면 겨울 의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 협력 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았던 패션 업체 LF는 앞으로 이 물량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동남아의 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F 관계자는 “물건 생산도 문제지만, 만들어진 물건을 갖고 올 컨테이너선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FnC는 아예 항공편을 통해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보통 가을·겨울 시즌 상품을 배로 한 번에 싣고 와 판매하는데, 주문량보다 생산량이 적어 물건이 만들어지는 즉시 항공편으로 실어 오는 것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의류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인 가을·겨울 제품을 팔아야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제품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걱정”이라며 “패션 업체들이 상반기에는 실적이 좋았지만 하반기에는 급격히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HMM 파업 가결... 물류 대란까지 벌어지나
여기에 더해 국내 기업들의 제품을 실어 나르는 HMM(옛 현대상선) 노조가 끝내 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중소기업들은 물류 대란까지 함께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HMM해상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전체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434명이 참여해 40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은 “회사 측이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25일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위스 해운 업체인 MSC로 옮기겠다”며 “MSC는 최근 운영 선박을 크게 늘리고 있어 우리 직원들이 모두 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 업계에 따르면 MSC는 HMM 직원들에게 기존 연봉보다 2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MM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가뜩이나 배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3분기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다.
부산 지역에서 원단을 가공해 동남아 등에 수출하는 섬유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올해 해상 운임이 거의 4배 가까이 뛰었고, 물건을 운송할 배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 수출 물량의 10%는 항공 운송을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HMM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비용이 해상의 10배는 되는 항공 운송을 더 늘리거나 수출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경기 반등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에 심각한 차질을 빚기 전에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들의 물류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HMM 노사가 서로 양보할 필요가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물류망 확보가 힘든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