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서 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의류건조기는 ‘3대 이모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코로나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더 많아진 가사를 도와주는 이모님 같은 가전제품이라는 뜻이다. 가사 노동을 줄여주는 신의 선물 같다는 뜻으로 ‘삼신(三神) 가전’으로도 통한다.

기발한 별명만큼이나 관련 제품 매출도 급성장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작년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2019년보다 150% 뛰었고, 건조기는 33%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에선 같은 기간 로봇청소기 판매량이 65% 증가했다. 올해 여름 매출도 계속 상승 중이다. 최근엔 폭염이 계속되면서 음식 쓰레기 처리기가 ‘4번째 이모님’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래픽=박상훈

유통업계가 최근 엉뚱하고 재밌는 별명 덕분에 제품 인지도가 더욱 올라가는 ‘닉코노미’를 주목하고 있다. 닉코노미는 별명(nick name)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말로, 친근하고 재밌는 별명이 제품에 붙을수록 입소문이 나고 잘 팔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업체는 닉코노미 효과를 얻기 위해 제품 출시 단계부터 별명이 잘 붙도록 패키지나 제품명을 고민하기도 한다.

◇친근하면 더 산다… ‘별명’이 끌어올리는 매출

‘오늘 드디어 저도 샤모님을 만났습니다. 비자 만료 전까지 잘 모시면서 살 거예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지역의 한 맘카페에 지난달 말 올라온 글이다. 여기서 ‘샤모님’은 중국 기업 샤오미의 로봇청소기를 일컫는 말. ‘샤오미’와 ‘이모님’을 합친 말로 해당 제품을 구입했더니 도우미 이모님이 오신 것처럼 살림이 편해진다는 뜻을 담았다.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샤모님’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1만9600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기발한 별명 덕에 제품 인지도와 판매량이 같이 뛴 경우다.

‘차이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제품들도 계속 나오는 추세다. 차이슨은 ‘중국의 다이슨’을 줄인 말로 저렴하지만 가성비에서는 원조인 영국 다이슨에 뒤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차이슨’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중국 업체 디베아는 자사 무선청소기를 지난 4월부터 쿠팡을 통해 공식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국내 일부 중소기업 제품도 온라인에서 ‘신상 차이슨’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이슨 드라이어의 보급형’으로 통하는 드라이어를 판매하는 국내 기업 ‘레이트’, 무선청소기 등을 내놓는 ‘아이닉’이 대표적이다.

출시부터 닉코노미 효과를 기대하고 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화장품 회사 ‘부들부들’이 내놓은 헤어 트리트먼트 제품 ‘부들부들 물미역’은 ‘물미역 트리트먼트’라는 별명 효과를 노리고 내놓은 제품. 이름만 듣고도 물미역처럼 매끈한 머릿결이 된다는 기대 효과를 낳게 했다. 샴페인의 특징인 톡쏘는 청량감을 더한 막걸리 제품은 제조사가 내세운 ‘막페인’(막걸리+샴페인) 마케팅이 먹혀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인지도 상승엔 좋지만 남발하면 역효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지난 7일 닉코노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해시태그를 사용한 트위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게시물의 41%가 제품 공식 이름이 아닌 별명을 사용했다고 썼다. 가령 자동차 쉐보레에 관한 글을 쓸 때 절반가량은 ‘쉐보레’라고 쓰지 않고 별명인 ‘쉐비(Chevy)’로 썼다는 것이다. 또한 제품의 별명을 활용한 해시태그를 쓴 트위터 글은 정식 명칭을 쓴 글보다 2배 더 많이 공유되고 3배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고 했다. 별명이 붙을수록 입에서 입으로 옮겨가는 전파력이 강해져 제품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닉코노미 효과는 그러나 자칫 남발하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루이뷔통의 ‘스피디백’이 ‘3초백’ ‘지영이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오히려 너무 흔해졌다는 이미지 때문에 잠시 인기가 주춤했던 것처럼, 친근함이 과하게 반복되면 식상함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