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 해상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23일 가결됐다. 찬반투표에는 434명이 참여해 400명(재적 대비 88.3%, 투표자 대비 92.1%)이 찬성표를 던졌다./HMM

HMM(옛 현대상선) 해상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23일 가결됐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전체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434명이 참여해 400명(재적 대비 88.3%, 투표자 대비 92.1%)이 찬성표를 던졌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위원장은 파업가결 직후 낸 입장문에서 “1년 넘게 배에 갇혀 가정도 못지키면서 아이들이 ‘아빠없는 아이’ 놀림받고 배우자는 ‘과부’라고 손가락질 받아 이혼하고,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내는 무의미하다”며 “교대할 선원이 없는 것은 그만한 해상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남은 선원들이 가정을 잃어가변서 한국 해운 물류를 틀어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정의 아버지, 그리고 아들, 딸로서 가족과 떨어져 1년 넘게 근무한 외로움, 휴일없이 근로하는 감옥, 잠조차도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겨야하는 불편함, 초과근로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보상도 없는 무상근로제공, 월 313시간의 살인적인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그걸 가볍게 초과하는 현 근무현실, 아파도 병원조차 갈 수 없고 중대재해 발생하면 죽음밖에 없는 곳이 선박”이라며 “21세기에 이런 직업이 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선박에 승선하는 우리 선원들이 대한민국 수출입의 99.7%를 담당한다”며 “우리 선원들은 노예가 아니라 우리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을 지키고자 MSC로 이직을 위해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회사가 적정임금을 지불하지 못해서 선원이 없는 것인데, 이를 개선하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대한민국 선원들에게 모든 것을 부담시키면서 가정을 박살나게 만드는 것은 선상 노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급여 한두푼 더 받으려는 것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우리를 대우해주는 곳으로 떠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HMM 해상노조 전체 조합원 434명을 대상으로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2.1% 찬성률로 가결된 가운데 23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 박스들이 가득 쌓여있다.HMM 해상노조는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쟁의행위 진행에 앞서 오는 25일 단체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김동환 기자

HMM해상노조는 지난 20일 사측과의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이 조정 중지로 마무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육상노조도 앞선 19일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HMM 사측은 두 노조에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급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노측도 마지막 조정에서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800%를 제시하며 한 발짝 물러섰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해상노조가 단체사직이나 파업을 할 경우 수출 물류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양 컨테이너 운송업을 하고 있는 HMM은 약 70척의 컨테이너선, 30척의 벌크선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고비용을 지불하고도 선박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 지역에서 원단을 가공해 동남아 등에 수출하는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이미 지난 5월쯤부터 물류난이 심각한 지경”이라며 “해상 운임이 거의 4배 가까이 뛰었고, 물건을 운송할 배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 수출 물량의 10%는 항공 운송을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HMM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배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텐데, 비용이 해상의 10배는 되는 항공 운송 비율을 더 늘려야 하나 걱정”이라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들의 물류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HMM 노사가 서로 양보할 필요가 있다”며 “노사가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다가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