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요 기업 오너와 임직원 가운데 퇴직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였다. 작년에도 연봉킹에 오른 김 대표는 올 상반기 급여 11억2200만원, 상여 83억1800만원 등 총 94억4200만원을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의 성공적 출시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2020년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따른 인센티브 차원”이라고 밝혔다. 퇴직금을 포함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에서 상반기 급여 4억7200만원에 퇴직금 297억6300만원 등 총 302억3400만원을 받았고,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신춘호 농심 전 회장은 총 214억2600만원을 수령했다. 올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퇴직금을 포함해 114억7700만원을 받았다.

(왼쪽부터)정몽구 명예회장, 김택진 대표, 배재현 투자부문책임자

이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반기보고서 제출 기한인 17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오너·임원의 보수를 공시한 결과다. 각 기업반기보고서에는 보수 지급 금액 5억원 이상인 상위 5명의 개인별 액수가 기재돼 있다.

다른 재벌 총수 중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제과·호텔롯데 등에서 총 79억7200만원을 상반기 보수로 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65억7900만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8억4000만원,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34억9900만원,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33억3900만원을 받았다. 올해 3월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복귀 이후에만 30억원을 수령했다.

샐러리맨 임원 중에선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등한 인터넷 업계 임원들이 연봉 상위권을 휩쓸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 부문 책임자가 76억5200만원의 스톡옵션을 포함해 81억700만원, 신정환 카카오 신사업 담당이 64억8000만원, 권승조 전 카카오 지적재산부문책임자가 61억9200만원을 받아 오너 김범수 카카오 의장(7억5000만원)보다 10배 안팎을 더 받았다. 이들 카카오 3인방은 스톡옵션과 상여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42억8100만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1억8000만원을 받았다.

10대 그룹 임직원 중에서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52억4500만원을 받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부회장은 급여 8억8000만원과 상여 25억8100만원 등 34억9300만원을, 고동진 사장과 김현석 사장은 각각 27억5800만원과 23억2300만원을 받았다. 최근 가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2월 이후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상여 13억4000만원을 포함해 20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금융권에선 ‘사장님’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임직원이 많이 나왔다. BNK투자증권의 김남원 이사대우가 44억500만원을 받았고,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은 43억9000만원을 받았다. 카카오뱅크에서도 스톡옵션을 행사한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22억5200만원)와 고정희 최고서비스책임자(15억7100만원)가 윤호영 대표(5억8800만원)보다 더 받았다.

카드업계에선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총 29억1300만원을 받아 1위 자리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에서 11억2400만원, 현대캐피탈에서 8억1400만원, 현대커머셜에서 9억75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퇴직금을 포함하면 황유노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사장이 32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9억51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4억3800만원이었으나 성과급이 15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7억1000만원을 받았고, 신한금융지주에선 이건혁 미래전략연구소 대표(6억5200만원)가 유일하게 5억 이상 급여자로 공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