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별세한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을 추모하는 글을 2일 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정 이사장은 이 글에서 “럼스펠드 전 장관이 별세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10년 전 워싱턴에서 그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2011년 10월 워싱턴에서 럼스펠드 전 장관의 사무실을 찾아가 한미 관계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며 “대담 내용은 그해 말 출간한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와의 소통’이라는 책에 적었다”고 했다.


정몽준(왼쪽)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 /연합뉴스·로이터 연합뉴스

당시 대담에서 럼스펠드 전 장관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를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 주변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조해 중국이 강압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2년 8월 미국에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과 처음 만났다. 당시 정 이사장은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미국이 협조해준 것에 사의를 표했고, 지역 현안에 대해 럼스펠드 장관과 얘기를 나눴다. 이후로 두 사람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 왔다. 지난 2014년에는 만찬을 함께 하며 럼스펠드 전 장관이 “한국이 이제는 개발도상국 최고의 모델이 됐다”며 칭찬한 것을 정 의원이 전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럼스펠드 전 장관과는 여러 번 만났는데, 천성적으로 차분한 성격의 사람이었고 대화에선 자연스럽게 유머가 따라왔다”고 했다. 또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미국 국방장관을 두 번 지낸 사람으로선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서도 상황에 쫓기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추억했다.

정 이사장은 “요즘도 럼스펠드 전 장관과의 대담이 담긴 책을 가끔 읽는다”며 “코로나가 지나고 미국을 방문하면 한번 찾아가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별세 소식을 들으니 우리나라에 가장 도움이 되는 친구를 잃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어 “럼스펠드 전 장관의 명복을 빈다”며 추모했다.


이하 정 이사장 추모 글 전문.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을 애도하며>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 별세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10년 전 워싱턴에서 그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1년10월 워싱턴에서 럼스펠드 전 장관을 사무실로 찾아가 한미관계를 비롯해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대담 내용은 그 해 말 출간한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와의 소통”이라는 책에 적었다.

럼스펠드 전 장관과는 그 전에도 여러 번 만났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차분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대화에서는 자연스럽게 유머가 따라왔다.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미국 국방장관을 두 번 지낸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서도 상황에 쫒기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당시 대담에서 그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한국 사람이라면 북한을 설득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정부가 국방비에 더 많이 투자해서 더 강해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했다.

럼스펠드 전 장관은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미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세계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주변의 다수 민주주의 국가가 협조해 중국이 강압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후를 정확하게 내다본 혜안이었다.

요즘도 럼스펠드 전 장관과의 대담이 담긴 책을 책상에 놓고 가끔 읽어본다. 코로나가 지나고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한 번 찾아가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의 별세 소식을 들으니 우리나라에 가장 도움이 되는 친구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럼스펠드 전 장관의 명복을 빈다.

2021.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