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염증 치료에 좋은 음식들이 한끼 식사를 위해 한 접시에 모인 모습. 채소, 과일, 통곡물, 단백질, 물, 불포화 지방이 담겨 있다./이경미 교수

☞①/③에서 계속

이경미 교수와의 대화는 통합의학의 실전 치료법 가운데 하나인 음식을 활용한 푸드테라피로 이어졌다.

만성염증

—푸드테라피는 어떤 개념인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혈압, 당뇨, 암, 치매와 같은 현대인의 만성 질환은 영양, 스트레스와 같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체내 만성염증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만성염증을 줄일 수 있다면 다양한 질환을 예방하고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성염증을 줄이는 핵심 요소가 바로 영양소이다. 음식의 영양소는 신체 대사를 조절할 뿐 아니라 만성염증을 줄이는 기능도 갖고 있다. 그래서 하루 하루 어떤 음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만성염증이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식품과 영양소의 치료적인 특성을 잘 활용해 만성염증을 줄임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를 증진시키는 것이 푸드테라피 개념이다.”

—만성염증이 매우 중요한 개념 같다. 어떤 의미인가?

“일종의 면역기능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의 침입자, 음식과 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이물질, 손상되어 낡은 세포와 조직과 같이 우리 몸에 있으면 안되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급성염증’이다. 우리 몸의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면역기능에 오류가 생겨 급성염증 반응을 유발한 원인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우리 몸의 정상 조직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만성염증’이라고 한다. 짧게 끝나는 평범한 염증은 몸에 이로운 반면, 이렇게 지속되는 만성염증은 정상적인 조직에도 해를 끼쳐 몸에 해롭게 작용한다.”

/푸드테라피클리닉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것이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피로와 불면증, 우울과 불안 같은 기분 변화, 변비와 설사와 속쓰림 같은 위장관 증상, 체중의 중가, 회복이 잘 안되고 자주 반복되는 감기와 부비동염과 방광염과 질염 같은 감염성 질환이 계속 반복되는 바탕에는 만성염증이 있다고 본다.

만성염증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하는데,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 아토피나 건선 등의 피부 질환, 류마티스, 심지어 암과 치매 같은 현대인의 질병 밑바탕에는 만성염증이 있다. 특히 만성염증과 관련성이 가장 많이 밝혀진 질환은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다. 염증의 대표적인 지표인 CRP 단백이 증가할 경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교수가 컴퓨터 화면에서 전세계 의학 논문들이 모인 ‘Pubmed’ 사이트를 열고 만성염증(chronic inflammation) 키워드를 입력하자 관련 논문 목록이 길게 나타났다. 그는 “만성염증 관련 논문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현대 의학에서 이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대규모 역학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견과류, 과일, 통곡류를 먹었을 때 심혈관 질환의 발병이 줄어드는 것과 같이 식품과 질환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 논문들을 검색할 수 있는 Pubmed 홈페이지.

만성염증 환자의 유형

—어떤 환자들이 이러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나?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약을 더 늘리지 않거나 줄이고 싶고,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 온다. 또 피부 습진, 아토피,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약 치료를 해도 계속 잘 낫지 않고 재발하는 사람들도 온다. 완치가 안 되는 것은 외부의 피부만이 문제가 아니라 신체 내부의 건강 문제가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또 다른 환자 유형은?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은 심한 염증성 장질환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특히 매우 중요한 질환인데, 이런 질병에 걸린 분들이 햄버거나 가공 식품, 튀김음식, 분식, 라면 등을 먹고 식습관에 신경 쓰지 않는 경우들이 있어 놀랍고 안타까울 때가 았다. 이러한 식습관이 왜 문제이고 자신의 질환이나 증상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지식만으로는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에 맞춤으로 식품 선택, 식단 등을 구성해서 실천 후 증상과 검사 수치의 변화까지 확인한다. 암 치료 과정, 그리고 암 치료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먹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기존 암 치료에 음식 요법을 병행하고자 하는 환자들이 온다. 인터넷을 통해 많이 찾아보고 지식도 많지만 과학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게 어떤 것인지 1:1 맞춤 진단과 처방에 대한 요구가 많다.”

—인터넷에도 건강에 좋은 음식 정보가 많은데, 믿을만한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획일적으로 따라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는 분들이 클리닉을 찾는다.”

약보다 음식과 생활습관으로 치료

—환자가 찾아오면 어떤 치료법을 쓰나?

“개인별로 맞춤형 치료를 한다. 지식과 정보는 넘쳐나는데 이것이 개개인에게 모두 적합한지는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음식, 영양제라도 소화, 흡수가 안되면 소용이 없다. 먼저 환자의 질환과 식습관, 주된 증상뿐만 아니라 사소한 부분까지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것들이 영양불균형의 시그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화기능, 대사기능, 호르몬과 면역력 등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을 한다. 영양소 분석, 식품면역반응 검사, 지방산균형 검사, 대사균형 검사, 유전체 검사 등의 다양한 검사를 통해서 되도록 객관적으로 현재 상태를 파악하려고 한다.”

환자의 몸에 어떤 식품이 맞는지 혹은 거부 반응을 보이는지 검사하는 식품면역기능 검사.

—검사가 끝나면 치료 과정은?

“이러한 분석 과정을 통해 파악한 개인의 특성에 맞춰 3개월 혹은 6개월 동안 일종의 몸을 바꾸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환자의 삶에 바로 적용해야하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나 영양불균형의 심각도와 삶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의 구성은 맞춤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인위적인 방법은 배제하고 철저히 식품만으로 진행하고 스스로 조리하는 것을 원할 경우에는 겸사 결과를 반영해서 1:1 맟춤으로 식단과 레시피를 만들어 준다. 바쁜 생활로 인해 여의치 않다면 외식을 기준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적당한 영양제에 관해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어떤 환자는 처음 내원했을 때 하루에 20여개의 영양제를 먹던 사람도 있었는데 영양제를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해서 몸에 좋은 것이 아니다. 환자의 증상과 소화 상태와 대사 상태를 고려해 증상을 개선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 영양제만 골라서 먹거나 식품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도와준다. 약보다는 음식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에 초점을 둔다.”

—치료를 할 때 초점을 두는 점이 있다면?

“스트레스 및 심리적 요인을 중시한다. 음식이 좋아도 소화 흡수를 잘 하려면 위장간의 기능이 좋아야 한다. 그러러면 스트레스가 잘 관리되어야 한다. 화날 때 먹으면 체하는 것과 같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위장간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 흡수가 잘 안 된다.

면역의 3 요소는 영양, 운동과 자세, 스트레스 관리를 포함한 마음의 관리이다. 치료 효과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지만, 진료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많이 다룰 수는 없어서 환자에게 진료 시간에는 개념을 설명해주고 일상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중에서 짧은 시간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4-7-8 호흡법’을 가르쳐 준다.”

‘4-7-8’ 호흡법

— ‘4-7-8 호흡법’이라니?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앤드류 와일 교수가 만든 스트레스를 줄이는 호흡법이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호흡이 얇고 짧아지는데 거꾸로 깊고 길게 하는 것이 스트레스 반응을 즉각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원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불균형이 생겨서 수축과 긴장의 교감신경 활성이 과도해지고 안정과 회복의 부교감 신경 활성은 감소한다. 과로와 관계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들, 특히 비트코인 투자처럼 24시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초단위로 사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활성화)되어 균형이 깨지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고 소화가 잘 안되고 혈당도 올라가며 불안을 느끼고 잠을 못자게 된다. 면역력도 떨어진다.

‘4-7-8 호흡법’은 4대 7대 8의 비율로 숨을 들이 쉬고 멈추고 내쉬게 하는 것이다. 숨을 들이 쉴 때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내쉴 때 부교감 신경이 항진되는데 멈추고 내쉬는 것을 길게 하면서 회복과 안정의 부교감신경 활성을 높여 스트레스 반응을 생리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통합의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미국 애리조나대 통합의학센터의 앤드류 와일 교수./유튜브

—호흡법 연습을 얼마나 오랫 동안 해야 하나?

“긴장되고 불안하고 잠이 안 올 때 5분 이내로 짧게 하면 된다. 처음에는 호흡법 가이드를 간단히 녹음해서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했는데 환자들의 피드백이 좋아서 ‘BMBL(Beautiful Mind Beautiful Life)’이라는 무료 안드로이드앱을 2년 이상 작업해 만들었고, iOS앱은 제작이 진행중이다. 마음관리 앱이다.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해 보라. 하루하루 자신의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기록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할 수 있고, ‘4-7-8 호흡법’을 배울 수 있는 훈련코너도 있다. 또한 극저주파음을 내는 싱잉볼 연주와 작가의 작품을 조합해서 소리와 그림을 활용한 감각예술치유가 가능하도록 한 코너도 있다.

미국 코넬대학의 미첼 게이너 박사는 암 치료에 사운드테라피를 병행하는데, 이처럼 과학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요소들을 활용하여 앱을 구성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의 순기능적인 측면을 활용해서 스트레스를 느낄 때 바로 바로 해소할 수 있도록 앱으로 만들었다. 이미지와 소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협업을 통해 오프라인 공간도 구축하고 있다.”

성공 사례 ①

—2017년부터 푸드테라피 치료를 했는데, 성공적인 사례를 3가지만 들어 달라.

“먼저, 60대 중반의 여성 당뇨환자가 있었다. 당뇨약을 여러 종류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혈당 관리가 잘 안돼서 당뇨약의 종류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약의 종류나 개수를 더 늘리고 싶어하지 않아서 클리닉을 방문했다. 상담을 해보니 당뇨 관리를 하려면 식이습관이 중요한데 제대로 실천을 못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교육도 받아서 스스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적용은 못하고 있었다.

당뇨환자는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 정제 탄수화물이 아니라 복합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 쉽게 예를 들어 백미가 아니라 현미와 잡곡을 먹어야 하는데, 이 환자는 빵이나 국수, 면 등을 즐겨 먹고 있었다. 또 근육량이 중요한데 비교적 운동은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근육이 잘 안 만들어진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뇨환자는 정제 탄수화물이 아니라 복합 탄수화물을 먹어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복합 탄수화물 식품에 속하는 현미./위키피디아

—그래서 어떻게 했나?

“우리의 목표는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지식에 머물고 있는 식습관을 실제 생활 속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었다. 운동을 하는데도 근육량이 늘지 않는 것은 탄수화물 섭취가 많고 상대적으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데 원인이 있었다. 단백질 섭취를 운동량을 고려해 적절히 늘려야 하지만 체중과 고지혈증을 고려했을 때 육류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선택할 수 있는 단백질 식품과 하루 단백질 필요량을 채우기 위한 식품량을 계산하고 매끼 적정량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전담 영양사를 배치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한달 단위로 식사 플랜을 세워주고 카톡으로 접촉하며 밀착 점검했다. 그 사람의 하루 일정을 파악해서 본인의 삶에 맞춰 디테일하게 구체적인 식품 선택법을 알게 하고 바로 바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간식을 자주 먹는 편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예전과 비교해서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허기짐이 덜 해 간식을 안 하게 되어 혈당이 줄고 체지방도 감소하며 근육량은 증가하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나 효과가 나타나니 환자의 만족도도 높았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 연장을 원해 현재 3개월째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성공 사례 ②

—다른 사례는?

“4개월 전에 20대 러시아 여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피로와 탈모, 소화불량, 무기력, 방광염, 질염이 잦아서 고생하던 환자였는데 웹사이트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단백질 부족, 세포 재생과 관련된 미네랄인 아연 부족,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비타민 B군과 같은 미량 영양소 부족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었다. 확인을 위해 체성분을 분석하고, 에너지 생성, 간의 해독 기능, 산화 스트레스 등의 대사기능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검사도 진행했다.”

만성염증을 줄일 수 있는 식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브로콜리./위키피디아

—어떤 결과가 나왔나?

“근육량 부족, 단백질 부족, 다양한 미량 영양소 결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식품과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한 영양보충제를 권고했다. 그분은 빵과 초콜릿, 디저트류와 같은 탄수화물과 당분 섭취가 많았는데, 디저트를 포함한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저-중지방 단백질 식품을 매 끼마다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채소류는 생채소보다 익힌 채소류를 먹도록 했다.

2주 후에 경과를 보기 위해 다시 내원했을 때 매우 달라져 있어서 개인적으로 굉징히 보람을 느낀다. 본인도 너무 신기했는지, 우선 피로감이 없어지고 소화불량도 거의 없어졌다며 얼굴에 웃음이 살아났다. 지금도 경과를 보며 정기적으로 클리닉에 오고 있다.”

성공 사례 ③

—사례를 하나 더 든다면?

“30대 초반의 여성이 항상 피로감을 느끼고, 음식만 먹으면 바로 설사하고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서 내원했다. 식품면역반응 검사를 했더니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식품류가 매우 많았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피해야할지 선별해주고, 영양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대처해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알려줬다.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인 장 점막을 튼튼하게 하고, 장내 미생물도 복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하고 흡수를 잘 못하기 때문에 필요한 영양 성분을 포함한 수액 치료도 병행해가며 2주마다 지켜봤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섭취하기 위한 여러 음식 그룹. 환자들은 각 그룹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선택할 수 있다.

—치료 결과는?

“1차적으로 피로감이 많이 줄었다. 두드러기 나는 것과 장에 가스가 차는 것, 설사를 많이 하는 것도 개선이 됐다. 이런 중증인 환자는 치료 기간이 6개월~1년 걸린다. 1년쯤 지난 뒤에 다시 식품면역반응 검사를 하니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식품이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제한하는 식품을 줄여 점차 일상적인 식사로 다시 돌아갔다.”

—이런 환자는 체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체질이 쉽게 바뀌나?

“흔이 이러한 경우를 체질로 생각하기 쉬운데 체질보다는, 즉 타고난 것 보다는 식습관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 두드러기 증세가 알레르기와 동일해서 두드러기를 IgE(E타입 항체)가 원인인 알레르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경우는 IgG(G타입 항체)와 관련된 식품불내성(food intolerance)에 좀 더 가깝다. 보통 알레르기는 영유아기에 시작되어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사라진다. 이렇게 성인에게 발생하는 두드러기는 증상은 알레르기 같아 보이지만 원인 항체가 다르다.

IgG 항체는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으로 인해 장에 염증이 생겨 장 점막이 투과성이 높아지면서 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에 노출되어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여 생긴다. 따라서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와 같은 식품을 많이 먹는 현대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IgG는 원인이 되는 특정 음식을 안 먹으면 반응 수치가 줄어들면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장 점막의 투과성이 높아진 것이 근본 원인이므로 장 점막과 장내 미생물 균형이 회복되면 원인 음식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장 점막의 투과성이 높아지면 장 점막이 소화가 다 안된 음식물을 이물질로 인식해 이상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패스트푸드나 가공 식품 등 장 점막을 훼손할 수 있는 음식을 줄여야 한다./푸드테라피클리닉

—일단 치료를 받고 나서 몸이 좋아진 뒤에 나태해져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

“사람들은 일단 예전의 안 좋은 습관이 개선되어 몸이 좋아지면 그 습관을 유지하려고 한다. 건강한 상태를 직접 경험하고 느끼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생활습관 개선 방법은 지식, 정보의 전달이나 교육이 아니라 좋아진 몸의 상태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환자들이 스스로 이런 생활습관을 앞으로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몸에 맞는 음식 선별법

—어떤 사람에게 맞는 음식은 어떻게 선별하나?

“피해야할 식품을 파악하기 위해서 식품면역반응 검사를 통해 곡류, 알류, 육류 등 다양한 식품군의 90여가지 식품에 대한 IgG 항체 레벨을 측정하여 환자 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식품을 찾는다. 식품면역반응 검사 뿐만이 아니라 환자의 질환과 증상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피해야 될 식품을 함께 고려해서 항체 레벌이 줄어들 때까지 원인 식품을 피하도록 한다.”

—안 좋은 음식만 피하면 되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항체가 발생한 원인이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인한 장점막의 투과성 증가이기 때문에 장 점막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이 동반되기 때문에 장내 유익균이 증가하고 유해균이 억제되도록 한다.

흔히 알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바로 장내 유익균인데, 이 유익균들은 채소와 같은 식이섬유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식이섬유를 영양성분이 없다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 연구 결과가 늘어나면서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의 혈액 수치를 낮추고,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대인들은 가공 정제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데 이로 인해 식이섬유 섭취가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 건강이 나빠지기 쉽다. 이 식유섬유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프리바이오틱스, 즉 유익균들을 잘 자라게 해주는 먹이이다.”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음료인 야쿠르트./위키피디아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려면?

“식품으로 많이 섭취하면 좋다. 즉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을 섭취하는 것이고,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이 좋아하는 먹이를 섭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결국 유익균이 많은 청국장, 낫또, 요거트 같은 발효식품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할 수 있고, 채소류를 섭취해서 프리바이오틱스를 대체할 수 있다. 영양제를 복용하더라도 식이습관을 개선하면 효과가 더 좋다. 히포크라테스가 ‘약이 음식이 되게 하고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고 말했는데 현대의학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방식이 된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약이 음식이 되게 하고,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고 말했다./위키피디아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교수의 푸드테라피에 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벤처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 사업으로 변신하지 못하면 망해서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이 교수는 어떤 경영 전략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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