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류지선(42)씨는 작년 11월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청소도우미를 일주일에 2번 정도 부르고 있다. 곰팡이 제거, 욕실 청소 등을 맡기면 1회에 4만~5만원가량 든다. 류씨는 “제가 아이들 학원 데려다주느라 집을 비우는 시간 동안에 가사도우미가 청소를 해놓고 가니 얼굴 마주칠 일도 없다. 결제도 앱을 통해 하니 편하다”고 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청소 대행 서비스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소 대행은 본래 맞벌이 부부를 위한 서비스였지만, 최근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싱글족과 전업주부 수요도 폭증하는 추세다. 업계는 청소 대행 및 집안 살림·관리까지 도맡는 이른바 국내 홈케어 시장이 2017년 3조원 정도 규모에서 올해는 10조원까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LG·현대 등 대기업도 후발 주자로 뛰어든 데 이어, 산업은행, 카카오벤처스 등 투자업계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분석으로 도우미 매칭… 1㎜ 디테일에 사활을 건다
홈케어 시장은 코웨이·SK매직 등 생활가전 렌털 업체가 리드하고 있다. 코웨이가 작년 정수기 등 홈케어로 벌어들인 돈은 3조2000억원 정도. SK매직은 홈케어 사업으로 9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한샘·쿠쿠홈시스 등 중견기업과 LG전자와 현대, 이마트 등도 홈케어 사업에 나선 상태다. 에어컨·세탁기·공기청정기·정수기·의류관리기·매트리스 등을 집중 살균·청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황사·미세 먼지 등 각종 환경 이슈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소를 위한 청소 제품 자체가 늘어나자 관련 사업도 확대된 것이다.
전문 교육을 받은 청소 가사도우미를 연결하는 플랫폼도 크게 늘었다. 이마트,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청소’를 검색하면, 관련 스마트폰 앱이 30여개쯤 뜬다. 쓸고 닦는 기본 집 청소부터 수납장 정리, 셔츠 다림질 등의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다. 특히 아이방 청소, 반려동물 산책이나 목욕 같은 특이 서비스를 개발한 이른바 ‘치밀 케어’를 선보이는 곳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임신·집들이 선물로 청소 대행 서비스를 예약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청소연구소’와 ‘미소’ 등에 따르면 지인 선물로 서비스를 예약한 경우는 각각 30%, 25%를 넘어섰다. 작년 명절 연휴 기간 효도선물 용도로 부분 청소 서비스를 예약한 경우도 20%를 넘는다.
고가 장비 경쟁도 치열하다. 코웨이는 홈케어 관리에 한 대에 300만원이 넘는 명품 청소기 ‘컬비’를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스팀·살균은 물론 카펫 먼지·벽지 곰팡이 케어까지 가능하다고 입소문 난 제품이다. 한샘은 독일 제품 하일라 청소기를 사용한다. 침구 속 진드기 제거가 가능하고 미세 먼지, 미세 플라스틱 등을 98% 이상 제거한다고 자랑한다. ‘와홈’ 등 일부 스타트업에선 자체 개발한 살균 청소기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세제를 사용하고 있다.
◇돈이 몰린다
스타트업 업체 ‘청소연구소’는 이달 초 산업은행·DS자산운용 등 국내외 투자사 6곳으로부터 220억원 투자를 받았다. 카카오벤처스·알토스벤처스 등도 기존 투자자 명부에 있다. 청소연구소는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도우미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서비스 이용자의 주택 형태와 성별, 결혼 여부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도우미를 보내준다. 청소연구소 측은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아 80% 이상이 다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가사도우미 연결 전문 업체 ‘와홈‘도 25억원을, 청소 대행 서비스 연결 업체 ‘미소’는 미국 와이콤비네이터 등으로부터 90억원을 투자받았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청소 대행 서비스 시장이 커지는 만큼 투자액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